"빨리 가요! 빨리". 그 유명하다는 문화재들을 빨리 보고 싶다며 입구에서부터 채근하던 정신지체 장애인 서은실(여.24)씨는 불국사 곳곳을 돌아보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서씨의 짝인 자원봉사자 윤잠순(40.대구 용산동)씨의 얼굴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는 기쁨이 번졌다.
석가탑.다보탑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정신지체 장애인 이순녀(여.33)씨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바깥 나들이를 나오니 너무 신난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웅전에 들러 참배까지 마친 장애인 김용호(41)씨는 서툰 발음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해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장애인 시설인 대구 안식원(복현동) 장애인 90명과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하필 이날 내린 비를 맞아가며 20일 경주로 바깥 나들이를 한 것.안식원 유재혁(33) 복지사는 "90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야외로 나들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부분의 시간을 시설 안에서 보내는 이들인 만큼 이번 경주 나들이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내를 돌다가 청운교.백운교.석가탑.다보탑.대웅전 등을 만날 때마다 장애인들이 걸음을 멈추면 봉사자들은 선생님처럼 자세히 설명하려 애를 썼다.몸을 제대로 간수치 못하는 장애인이 비에 젖을까봐 종종걸음으로 우산을 맞춰 드는 것은 물론이었다.
고교생 시절부터 장애인 시설을 자주 찾았다는 봉사자 정영래(여.20.직장인)씨는 "직장생활 이후엔 바빠 소홀해졌다가 오늘 다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고, 이날 행사를 마련한 청년지도자연합회 대구 강북지회 최운병(41) 회장은 "앞으로도 장애인들과 늘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불국사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일행은 시내 천마총으로 향했고, 여기쯤에서는 장애인들도 이제 스스럼 없이 농담까지 할 정도로 봉사자들과 친해져 있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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