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서 통일의 둥지 틉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니 열심히 살아야디요". 지난 19일 오후 2시 대구 삼덕교회. 탈북자 동갑내기 박정우(33.가명) 유명숙(33.여.〃)씨가 남다른 사연을 안고 축복 속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 부부는 입국 전 올해 초 동남아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신랑은 "그 지역 선교사 도움으로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생활하다 신부를 알게 됐다"며, "고향이 가깝고 모두 외로운 처지여서 특별한 감정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신랑은 청혼을 하면서 함께 한국에 가 새 인생을 살자고 제안했지만 남쪽을 잘 모르던 신부가 한국행을 망설였다. 그 때문에 신랑은 지난 2월 혼자 한국에 들어와야 했다.

동남아에 혼자 남게 된 신부는 그 뒤에야 박씨의 빈 자리가 그렇게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부랴부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박씨의 한국 생활 소식을 알게 된 뒤 석달 지난 5월 입국을 결심했다는 것.

부부는 아직 한국 생활이 낯설고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보란듯이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신랑은 "용접 일에 관심이 많아 우선은 대학에 진학해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고, 신부는 "꼭 헤어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2박3일간의 제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정부 지원금으로 대구 달서구에 작은 보금자리를 꾸밀 계획. 이들이 다니는 삼덕교회 박연담 목사는 "아직은 남쪽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부부가 모두 착해 남쪽 생활도 잘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다른 탈북자 3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앞날을 축복했다. 결혼 소식을 들은 영남이공대 박휘숙(38.여.패션디자인계열)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신부 메이크업을 맡았고, 삼덕교회는 결혼식 진행을 책임졌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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