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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클릭-찬바람 서점가

◈찬바람 서점가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까? 서점가 점원의 한마디는 가을, 서점가의 풍경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흔히 가을을 두고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지역 서점가는 썰렁하기만 하다.그나마 서점을 들어선 사람들도 주로 어학 코너나 에세이 앞에만 드문드문 모여있을 뿐이다.

ㄱ문고 직원 양늘봄씨는 "가을이라면 흔히들 독서를 떠올리지만 서점가에는 가을이 오히려 비수기가 된 지 오래됐다"면서 "해마다 책을 찾는 인구가 줄어들어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약 1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한다. 청운서림 임경식 사장은 올 가을 책 판매량이특히 줄고있는 것은 9, 10월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6월 월드컵 축구, 7·8월 휴가기간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가 많아 책을 찾는 독서인구를 많이 뺏겼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취업이 어렵자 주요독서 인구에 속했던 대학생들이 저학년부터 취업준비에 바빠지면서 책읽는 인구가 주는 원인이 됐다. 대학생 김현식(19)군은 "입학할 때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서점에 가더라도 외국어와 관련된 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취업난이심각할수록 책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이 일반인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이유로 인터넷의 보급도 큰 원인. 직장인 김선아(25)씨는 "웬만한 것은 인터넷으로 다 찾을 수 있어책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요약된 책 내용을 보거나 시 같은 경우는 그대로 볼 수 있어 굳이 책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서점가의 성수기는 가을이 아니라 오히려 겨울이라고 한다. 여름·겨울 방학과 신학기에 학생들이 교재구입 등으로 서점에 학생들이 몰리고 가을은 비수기라는 것이 점차 통설로 굳어가고있다.

이에 따라 서점가는 가을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97년 출판시장 규모가 4조7천억원을 넘었으나 지난해는 절반 수준이었다. 서점수 역시 97년 전국에 5천549개소였으나 지난해는 절반인 2천646개소로 줄었다. 대구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서점가에서는 추측하고있다.

올해 서점가의 가장 특징적인 경향은 MBC 책 소개 프로그램인 '느낌표'의 영향이 크다는 것. 실제로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10위 중에는 '느낌표'에 소개된 일명 '느낌표 브랜드' 책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설과 에세이 중심의 '독서편식'현상은 원래 존재했지만 '느낌표'가 방송되면서 더욱 극심해졌다.

가벼운 책만을 찾는 경향은 다음 수치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도서중 만화가 전체 출판부수의 26%를 차지해 철학, 사회과학서적 발행부수를 압도한다. 만화만이 발행부수가 늘어나고 사회과학 철학 역사 등은 급격히 떨어지고있다. 무거운 것은 싫다는 이야기다.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상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방송이 독서운동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사회과학 서적 등에 대해서는비중을 적게 두고 가벼운 것 위주로 소개하는 경향은 생각해 봐야 할 내용" 이라고 밝혔다.

"출판계에서는 암묵적으로 전체 출판시장에서 대구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2, 3%로 보고 있다"는 우정욱(경북대 구내서점 사장)씨는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라고 볼 수도 있다"며 이 가을 더 늦기 전에 한권의 책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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