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관급회담 이후 전망

미국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키로 결정했다는 뉴욕 타임스 보도 내용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장관급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남측은 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단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제네바 합의 위반 사실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든 의무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령성 북측 단장은 전체회의에 앞선 환담에서 "바깥 날씨가 어떻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해 핵문제를 비켜 가려는 의도를 보였다.

회담 중에도 북측은 핵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없이 경청만 했다는 것이 이봉조 남측 대변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핵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는 미국과 논의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남측에서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언급을 하더라도 제임스 켈리 특사에게 했던 핵개발계획 시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그런 적이 없다"는 식의 대응을 하거나 미국의 핵합의 파기방침에 반발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정부는 오히려 곤혹스러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전향적으로 핵개발계획을 시인하고 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준다면 남북관계 진전이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어 북일정상회담 때 보여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핵문제에 대한 북측의 긍정적인 신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향후 남북관계 전망도 어둡다는 데 있다.

특히 남북회담이나 당국간 경제협력사업은 추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대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남북간 대화채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나 대북지원성 사업에 쏟아지는 비난을 한국 정부가 감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북한이 철도연결사업을 축으로 풀어가려는 대러관계나 국가의 공급능력 확보가 절실한 경제관리개선조치, 신의주특구 등 개혁·개방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핵문제의 해결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민간급 교류협력사업을 축으로 전개되겠지만 국내의 악화된 대북감정은 민간교류사업에도 한계를 설정할 수밖에 없어 북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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