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소위 '국민고시'

대구시내 시립도서관들, 아니 전국의 대도시의 도서관들은 지난주까지, 특히 주말이면 자리쟁탈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흔히 중고생들은 늦게 오는 친구들과 나란히 앉기 위해 자기 책가방으로 친구자리를 맡아들 놓는데, 여기에 30.40대 아줌마들이"사람도 없는 자리 왜 차고 있냐?"며 막무가내로 자리를 빼앗는(?)통에 특히 고3 여고생들이 '스트레스'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에 성급한 학부모들은 "당신네들 시험이 입시보다 더 중요하냐"고 따지는 소동까지 빚었다니 도대체 아줌마부대의 만학(晩學)의 사연이 궁금했다.

▲일요일인 어제 13회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문제지가 모자라 또 한차례 소동을 빚었다고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이 응시율을 평년처럼 65%정도로 잡았는데 어제는 예상을 깨고 75%나 응시한데다 시험장에 따라선 응시자가 95%가 넘어 난리가 났다는 거다.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작년의 두배나 되는 26만명이 원서를 내고 이 중 20만명이 응시했다. 대구도 작년의 꼭 두배인 1만3천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응시자 20만명이면 대입수능 수험생수와 맞먹는 숫자이니 참 대단한 열풍이다. 도서관에서 이모와 질녀간, 때로는 모녀뻘이 되는 중고생과 아줌마 부대의 자리싸움은 바로 이것이 원인이었다. 이름하여 '국민고시'다.

▲평균 합격률이 10%가 채 되지 않고, 따봤자 써먹는 사람이 그 중 20%도 못되는 이 국민고시 자격증에 왜 그토록 안달들일까? 대구만 해도 현재 7천500여명의 자격증 소지자 중 간판을 내건 사람이 18% 1천400명이 채 안되는데 왜 딸같은 아이들의 공부자리까지 뺏게됐을까? IMF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 이후 노후불안.사회적 불안감이 그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왜 하필 노후대책이 그 흔한 '소개소'인가, 개업을 한 이후의 사회적.가정적 후유증은 없을까? 사실은 한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할 것들이다.

▲퇴직후 "이것이다"하고 국민고시에 응시했던 어느 50대 은행지점장은 두번이나 낙방하자 "20.30대(代)는 사시나 행시 준비하지 왜 여기에까지 몰리냐"며 법에도 없는 나이제한까지 들먹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책에 따라 춤추는 부동산 중개업에, 때로는 졸부들의투기에 온 국민이 동참하듯 하는 이 분위기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내년 대선정국이후 부동산 시장이 식을 것이라는 전망,"아니 부동산이 죽으면 새 정권도 망할테니 절대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란 반론-그러나 이런 것들이 부부간에, 친구간에 나눌 대화는 아닐 것이다. 이 불안한 사회상황과 거기서 부동산 중개업을 해보겠다고 안간힘 쓰는 엄마 아빠들의 모습에서 자녀들이 '미래의 자기'를 읽을까 두렵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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