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밀 핵 개발로 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무효화(nullified)됐다는 미국의 입장표명이 있었다. 이런 해석과 관계없이 제네바 합의는 당초부터 '문제의 미래 떠넘기기'였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그런 봉합을 북한이 교묘하게 뚫고 나왔다.
북한 평양방송은 어제 제네바 합의 8주년 보도를 통해 핵 개발이 경수로사업 지연 등 미국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결과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또 "적대시(敵對視) 정책을 철회하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이런 언급들과 관련, 우리는 이번 사태 해결의 1차적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북한의 지적대로 2003년 완공키로 했던 경수로사업은 현재 25%의 공정으로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정서 체결 지연 등 양자간 공동책임의 측면이 강하다.
북한이 공정 지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갑작스레 이를 문제삼은 것은 명분 없는 행동으로 비쳐진다. 양국의 정치적·경제적 관계개선 부문도 북한의 합의 불이행에 기인하는 바 커 설득력을 잃고 있다. 북한 책임론의 두 번째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대한 준수의무 때문이다. 사문화 된 것이긴하나 제네바 합의에 앞서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92년)를 약속했다.
당시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또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명시했다. 북한은 이런 약속을 저버린 전과(前科)가 있다. 남북 화해시대에 걸맞은 특단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북한에게 이번 사태를 풀도록 강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요구의 부당성 때문이다. 북한은 핵을 담보로 남한으로부터 여러 차례 이문을 챙겼다. 미국으로부터도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짓말이 도를 넘어 이제는 국제사회가 그것을 수용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새로운 요구를 내놓을 때가 아니라, 자신이 한발 물러서야 할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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