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23일 법정구속을 선고받자 예상치 못한 판결이란듯 방청석은 술렁인 반면 본인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판결에 대해 "떡값까지도 엄중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개인에 대해선 "대구 발전을 위해 많이 힘 쓴 첫 민선시장이 구속돼 안타깝다"고 동정했다.
▨법원 주변
문 전 시장은 재판부의 선고 순간에도 별 동요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문 시장은 선고 직후 방청석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청석은 술렁였다. 같은 수뢰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계속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 선례가 있어 법정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듯 했다.
고동색 양복을 입은 문 전 시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 법정에 입장해 친구이자 이번 사건의 또다른 피고인인 이광수씨와 나란히 앉아 재판 순서를 기다렸다. 대구시청 고위 공무원과 문 시장 지지자들도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문 전 시장이 (주)태왕 권성기 회장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9천50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 혐의 중 6천만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1천만원은 문 전 시장에게 직접 건너갔다는 증거가 없고 나머지 2천500만원은 단순 선거자금 또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무죄이거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문 전 시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는 '포괄적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죄가 적용됐다면 수뢰액이 5천만원을 넘어 특가법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법정형이 징역 10년을 넘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것. 이에따라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 선고 여지가 남겨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법정구속된 문 전 시장은 재판 후 호송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했다. 지난 5월10일 구속됐다가 같은달 말 보석된 뒤 다섯달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 문 전 시장은 1.21평 크기의 독방에서 생활하며 항소심 재판에 출정하게 된다. 구치소 관계자는 "전직 시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호한 부패 척결 기대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공직 사회의 그릇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자 청렴해야 할 공직자의 부패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판결이었다"며,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관련해서는 어떤 성역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지역민들의 반부패 의식이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생 박원영(22.여.영진전문대)씨 역시 "지역 상층부의 부패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재계는 물론 자치단체장 등의 유착 부패를 끊을 제도적 장치가 더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론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함정웅 이사장은 "지역 경제인들은 법정 구속에 충격을 받고 있다"며, "뒤따를 수 있는 물의를 겁내 공직자들이 지역 발전에 소극적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한 구청 공무원은 "혐의에 비해 사법처리 수위가 높은 것 같다"며 "주위 인심을 잃어 죄 자체보다는 약간의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회사원 황성욱(33.대구 용계동)씨는 "이번 사법부 결정이 정재계 및 공직사회의 각종 유착 관계를 끊을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신천둔치 개발, 녹지 조성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해 대구 발전을 앞당긴 보기 드문 시장이었는데 결국 구속까지 되니 시민으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사회1.정치부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