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스크바 극장 7백명 잡고 인질극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 23일 밤 무장 괴한들이 난입, 관객 700여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스크바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벌어졌다.괴한들은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인 24일 0시(이하 현지시간) 부터 어린이와 임산부, 외국인 등 인질 150여명을 석방했으나 극장 외곽에서 자동화기 발포음이 들리는 등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5분께(한국시간 24일 새벽 2시경) 모스크바 남쪽 멜니코바 거리 7번지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에 체첸 출신으로 보이는 무장 괴한 30~40명이 기관총을 공중에 난사하며 난입했다.몸에 각각 폭발물을 지니고 극장에 들어선 괴한들은 관객들을 극장 한 켠으로 몰아넣고 경찰이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극장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위장복 차림의 괴한들은 극장 진입 직후 자신들을 체첸 출신이라고 밝혔으며, 체첸 전쟁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괴한들 중에는 일부 여성도 포함돼 있으며, 여성들은 모두 얼굴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를, 남자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러시아 당국은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인 오몬 요원 600명과 대테러진압부대인 알파부대원 100명, 경찰 수백 명 외에 군 장갑차와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 차량 100여 대를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인질범과 러시아 군경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무장괴한들과 인질 석방협상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체첸 출신 의원인 아슬란베크 아슬라크하노프는 24일 새벽(현지시간) 인질극을 주도하고 있는 체첸 반군 지도자 모프사르 바라예프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협상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슬라크하노프는 앞서 체첸 출신 동료 의원인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와 함께 인질범이 있는 극장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현장에 나온 겐다니 구드코프 의원은 인질범들이 체첸 군사작전의 즉각 중단을 비롯해 러시아 당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영국과 독일 외무부는 인질 중 각각 3명의 영국인과 독일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외신종합=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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