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 미국이 발표한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세계무역에 있어 보호주의를 확산시키는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브라질, 러시아, 독일, 프랑스, 호주 등 힘깨나 쓰는 주요 철강국이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된 상황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제외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들 2개국이 빠진 이유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동지'였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당시 공식발표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의 이목을 비켜갔던 이 일화는 왜 FTA에 매달려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오늘날 세계경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후속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다자체제를 다져 나가는 한편으로 국가간, 지역간 '짝짓기'를 통한 경제블록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도 뉴라운드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WTO체제에는 주도적으로 참여중이지만 소수 국가간에 서로 특혜적인 무역협정을 맺는 지역주의 차원에서는 이제 겨우 칠레를 통해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왜 FTA인가=FTA는 무역자유화나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등 교역을 저해할 수 있는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투자문제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FTA는 협정국가간 관세 철폐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더 나아가 다른 지역에 공동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동맹', 노동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공동시장', 경제정책을 공동으로 시행하는 '경제공동체', 초국가적 기구설치를통해 화폐까지 통합하는 '완전경제통합체' 등이 지역무역협정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FTA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관세동맹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 경제공동체는 유럽공동체(EC), 경제통합체의 경우 유럽연합(EU)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왜 FTA로 가나=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 각국이 FTA체결을 위해 발버둥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이상 우리만 '나홀로' 버티다가는 우리 수출경쟁력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말과는 달리 FTA를 체결하지 않을 경우 중간이 아니라 하위권으로 추락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즉, FTA 체결의 최대 목표가 시장을 확대하고 거점을 확보, 세계화시대에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있지만, 'FTA 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경우 시장유지는 고사하고 시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한국 추진 현황=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의 FTA 추진에 속도를 더하게 됐다.
한국이 국내 농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협상 경험을 쌓는다는 데 중점을 두고 칠레를 첫 협상 파트너로 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FTA 협상은 전초전을 지나 본궤도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FTA 추진이 검토됐던 나라는 일본, 중국, 멕시코, 미국, 싱가포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이스라엘, 태국, 뉴질랜드 등이지만 한·일 FTA 논의를 제외하면 아직 별다른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인교 팀장은 "단기적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우려가 적은 일본이나 멕시코가 협상 파트너로 유리하다"면서 "이후 중기적으로 동남아·중국·미국,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유럽연합(EU)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FTA =최근 일본 외무성이 FTA 체결 우선대상국으로 한국과 ASEAN을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일본측의 관심도 높고, 이제 공동연구를 넘어 국가간 협상으로 격상시켜야 하는 단계라는 시각까지 있다.
양국간 FTA 논의는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일시 FTA 공동연구 추진을 제안한 것을 기점으로 2000년 9월 한·일 정상이 민간 차원의 'FTA 비즈니스 포럼'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본격화됐다. 올 3월 양국 정상이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설치에 합의, 민간에서 정부 차원의 연구활동으로 진전된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얻는 경제적 이득은 단기적으로 연간 4억2천400만달러, 장기적으로 10억3천800만달러에 이르고 무역수지도 단기적으로 1억3천900만달러 정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6억7천200만달러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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