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성로 로드숍의 빛과 그늘

「서울 명동, 부산 광복동, 광주 충장로, 대구 동성로…」

이들 거리는 수십년간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며 지역의 소비경제를 주도해왔다.하지만 동성로를 제외한 다른 중심상권은 최근 들어 백화점의 시장잠식과 부도심 상권의 활성화로 나날이 쇠락하고 있다.명동, 광복동 등은 동성로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와 매장을 갖고 있지만 시장지배력이 크게 줄어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하고 충장로도 신세계·롯데 백화점이 광주에 진출하면서 힘을 못쓰고 있다.

반면 동성로는 연매출이 10억~20억원에 이르는 의류 대리점이나 대형음식점이 상당수에 이르고 특정 업종끼리 모인 전문 골목상가가 속속 형성되고 있다. 이때문에 타지역 중심상권의 상인들은 동성로를 불가사의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속에서도 아성을 굳건히 지켜 온 동성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동성로 로드숍(Road Shop)의 저력에서 나온다.

◇동성로 로드숍의 경쟁력

김진섭 인터메조 사장은 동성로의 힘을 『반경 500m 이내에 쇼핑과 먹을거리, 볼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로드숍이 분화돼 있고 나름대로 자생력을 갖춘 특색있는 골목상가의 절묘한 배치』에서 찾고 있다.동성로에는 대형 영화관은 물론 시계탑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늑대골목」과 이어진 「야시골목」, 삼덕파출소에서 제2 헤럴드외국어학원에 이르는「로데오거리」가 형성돼 있다.

또 최근에는 중앙파출소에서 일신학원 방향의 「통신골목」, 엑슨밀라노에서 공평네거리 사이에는 「웨딩숍가」가 조성되고 있다.늑대골목에는 남성패션과 잡화를 취급하는 30여개 업소가 들어섰고 야시골목은 여성패션만을 취급하는 200여개 업소가 영업중이다. 로데오거리는 옷가게, 까페, 주점 등 패션과 유흥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200여개 업소, 통신골목에는 50여개의 휴대폰가게가 밀집했다.이처럼 동성로는 중심상권의 주 소비층인 10대부터 30대까지 볼거리나 먹을거리, 입을거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제 갤러리존 대표이사는 『합리적인 쇼핑동선과 백화점과의 경쟁을 통한 자생력 확보』를 동성로 로드숍의 강점으로 꼽았다.부산의 광복동 등은 동성로보다 쇼핑동선이 더 길지만 옷가게, 잡화점, 음식점 등이 무질서하게 배치된 반면 동성로의 경우 브랜드 대리점도 대구백화점 주변은 이지캐주얼, 좀더 벗어나면 캐릭터캐주얼 등 취급품목이 비슷한 업소가 연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상권이나 중심상권에 백화점이 입점하면서 타격을 받은 타 지역과 달리 동성로는 수십년간 백화점과 로드숍이 함께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동성로 로드숍은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 등 지역백화점과 경쟁하면서 브랜드 유치나 매장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도심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의 소비속성도 동성로 로드숍이 번영을 누린 요인이었다.

◇동성로 로드숍의 그늘

철옹성 같던 동성로 로드숍에도 점차 위기감이 더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에다 소비경기 냉각탓도 있지만 로드숍들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먼저 치열한 내부경쟁이 동성로 로드숍의 「전성시대」를 저물게 하고 있다. 엑슨밀라노, 갤러리존, 밀리오레 등 대형 패션몰의 시장잠식으로 로드숍 손님이 나날이 줄고 있고 최근에는 로데오거리에도 패션가게가 급증, 제한된 의류시장을 놓고 야시골목이 나 패션몰과 나눠 먹기를 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대구역사 롯데백화점 개점과 이미 영업중인 모다아울렛, 12월 개점하는 퀸스로드 등 패션아울렛의 등장도 동성로 로드숍의 명멸에 영향을 끼칠 변수다. 부산, 광주, 마산 등의 중심상권은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의 진출로 의류 대리점들이 치명상을 입었다. 동성로 상인들 사이에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상당수 상인들은 롯데와 동아백화점 등이 집적효과를 발휘해 동성로의 무게중심이 국채보상로 북쪽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견해도 많다.

유득종 동성로상가번영회 총무이사는 『동성로 로드숍이 지금까지는 강한 시장지배력을 누려왔으나 급변하는 유통환경속에서 잘 대응하지 않으면 많은 부침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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