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예산 졸속심사에 '초당협력'인가

립서비스로 끝날 것같던 '초당적 경제협력'을 위해 여야가 어제 모처럼 민생·경제대책협의회를 열었다고 한다. 책가방 집어던지고 방학내내 '땡땡이' 치다가 개학전날 밤에야 숙제한다고 화닥닥 날뛰는 초등학생 같은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얄밉기는 하지만, 국가적 어려움에 잠시나마 제정신들이 돌아왔구나 싶어 반갑다.

그러나 제정신이 돌아온 이유를 짚어보면 심사(心思)는 편치않다. 예산의 졸속처리·선심성예산의 남발, 무더기 안건통과, 무더기 폐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부동산·증권·물가 등 하나도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대통령선거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야 각기 민생안정이란 염불보다 대선승리라는 잿밥에 초점을 맞춰 예산이고 법안이고를 심의하리란 낌새를 채고 있다. 당장 국회 9개상위는 균형예산이라며 정부가 제출한 111조7천억원의 예산을 늘리는데에 안달이 났다.

당연히 예산은 늘릴 수도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만해도 당장 내년에 치러야할 U대회경비와 대구선이설 등 각종 SOC사업들이 대폭 깎여 증액지원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늘려줘야 할 것은 묶어놓고 국정홍보비·인건비 같은 오히려 절감해도 시원찮은 항목들까지 증액하려한다는 점이다.

여야의원들 간에 한건(件)씩 봐주기·끼워넣기식의 예산증액 등 '구태(舊態)불감증'도 여전하다. 더구나 어느 한나라당 의원은 운영위에서 "내년에 새대통령이 들어서면 원활한 국정수행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예산삭감을 따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나라당이 벌써 집권했는가?

연내에 입법돼야 할 각종 경제개혁법안들이 물건너가는 것 또한 큰문제다. 상속·증여세법, 주공·토공 통합법, 소액주주 집단소송제법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뒷전에 밀려나면 국민생활은 그만큼 불편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가 정말로 국민을 생각하고 경제를 걱정한다면 내년예산이 국민 한사람에게 300만원씩의 세금을 요구할 만큼 적정한지 꼼꼼히 따져보라. 졸속심사·야합심사에 '초당 협력' 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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