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한방바이오단지 조성 본격화

대구시가 한방바이오산업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한방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려는 것은 대구의 차세대 산업으로 기대하기 때문. 여건상으로도 대구시내의 약령시 및 경북의 풍부한 한약재 생산 단지를 기반으로 갖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구상일까=관계자들에 따르면 세계 한의약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1993년 491억달러에서 98년 850억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1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은 2% 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제약 시장에서도 총생산액(7조8천300억원, 1998년 기준)에서 한약제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한방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산업으로의 연결성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

이와 같은 현실은 오히려 한방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대구시는 판단하고 있다.

한방바이오산업은 자연물을 소재로 하면서 전통 한의약 기술·기능·정보를 활용해 건강 증진에 좋은 제품을 생산·보급하는 산업을 총칭한다. 우리 고유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큰 위험부담 없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얘기.

이 때문에 그동안 한방바이오산업의 필요성은 주목돼 왔으면서도 한약재 규격화 노력의 실패, 한약재 안전 평가 및 표준 생산규범을 위한 제도 부재, 새로운 세계시장 적응력 미확보 등의 상황때문에 큰 성과를 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대구시 구상은 그런 장벽들을 극복함으로써 이 산업을 제궤도에 올려놓자는 것. 한방식품, 한약제재, 건강보조식품, 기능성식품 등을 특화된 산업군으로 묶어 경쟁력을 높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시설들이 준비되나=대구시는 한방바이오산업단지에 한방바이오산업진흥원, 한방자원연구센터, 한양방 협진 전문병원, 한방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입주시키거나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그 중 핵심은 역시 한방산업진흥원. 이 기구는 △한약재 규격인증 센터 △효능검증 센터 △한방 유통정보 센터 △시험생산 공장 등을 갖추도록 구상돼 있다.

한약재 규격인증 센터 설립은 한방바이오산업의 미래 지향점이 세계화이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조건이 한약재의 국제규격화라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원료가 되는 한약재를 규격화하고, 품질인증 등 활동을 통해 품질 보증·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이 산업의 기초가 놓여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반 농산물에 대해서는 농산물 품질검사소가 청정농산물 품질 인증 등 일부분 유사한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

효능검증 센터는 제품의 안전성·효능을 공인 기관이 검증함으로써 품질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구. 의약품·식품 등 한방 제재 관련 이론 분석, 유효성·안전성 연구 등을 통해 시장성을 높이는데 설치 목적이 있다. 각종 안전성 검사도 여기서 할 수 있다.

유통정보 센터 설립은 한약재의 생산·유통·소비 전단계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현재는 국산 한방 관련 기초정보 체계가 미비하고 산발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들 한방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한방 관련 생산자·수집상·중도매인·한방병의원·가공업소 등을 총망라한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이 센터의 임무이다. 전자상거래, e마케팅시스템, 유통단지 기능도 여기서 맡도록 구상되고 있다.

시험생산 공장은 한약재 및 관련 제품을 연구·개발해 중소 제조업체 및 벤처기업을 지원하는데 목적을 둘 기구. 대학 및 공공기관 연구자들이 시제품을 생산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어서 이 공장이 설립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능성 및 기대효과=경산대 한의대 김광중 교수는 "한방은 이미 국민들의 의식 속에 없어서는 안될 분야로 자리잡았지만 체계화·규격화가 안돼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 왔다"며 "관련 산업단지가 잘 조성되면 우리 한방바이오산업은 분명 괄목할만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업단지 설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구시청 관계자는 상당히 낙관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구시의 이 구상 지원을 이미 대선 공약화 하겠다고 밝혔으며다른 정당들도 대구지역 대선 공약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보건복지부도 대구가 한방바이오산업의 메카 역할을 맡는데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시청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 산업단지가 당장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내는 등 산업으로서의 성과를 내야한다고 조급하게 기대해서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먼저 한약재와 한방 관련 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기능성을 증가시키는 데 치중해야 하며 그런 순차를 밟아 나간다면 첨단산업으로 각광받는 BT(생명기술)의 한 분야로서 한방바이오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산대는 한방바이오산업 육성 분위기 조성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음달 한국·미국·중국 등 3개국과 WHO(세계보건기구)가 참가하는 '한의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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