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짚가리
추수철인 이맘때쯤 빈 들녘을 지키고 있는 것은 짚가리들이다. 이 책은 흔히 지나치는 짚가리에 대한 문화지리학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있어 흥미롭다. '짚가리 쌓기는 대지가 길러낸 곡물의 모체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며 한해 농사를 마무리짓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말하는 저자는 지역마다 짚가리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밝혀낸다.
중.북부 지방에는 볏단을 우뚝 솟게 쌓고 남해안과 제주도 지방에는 낮은 가리가 주를 이룬다는 것. 저자는 이것이 각각 남근과 여성의 젖가슴을 상징 한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농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20여년간 짚가리를 연구해왔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촌로들로부터 이야기를 수집하고 짚가리들을 스케치북에 그려왔던 저자의 땀내음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최영준 지음/한길사,1만5천원)
▨빼앗긴 얼굴
"탈레반은 내 얼굴과 모든 여성들의 얼굴을 빼앗겠다는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는 스물두살 소녀 라티파.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그녀는 열여섯이 되던 해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학교는 문을 닫고 부르카를 쓰도록 강요받는다.
여성들이 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금지되어 라티파는 거의 갇혀살다시피 한다. 이 책은 라티파가 일기형식으로 쓴 아프간의 일상생활이다. 산모가 화학무기를 담은 미사일에 노출돼 무시무시한 기형아가 태어나고 결혼식마저 자유롭게 치르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녀는 비밀리에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퇴직한 의사인 어머니는 몰래 진료활동을 계속하기도 한다. 아프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고단한 일상과 전쟁에 빼앗긴 희망이 담겨있다.(라티파 지음, 최은희 옮김/이레, 8천원)
▨아버지는 태극기를 물려주지 않았다
독립투사 박영선 장군의 9남매 중 다섯째인 저자가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아버지는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반민특위에서 활동했지만 이것이 좌절되자 삶을 포기하게 된다. 술로 연명하면서 가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떠나고 싶었던 저자는 결혼을 하지만 남편은 유신정권에 항거하다가 옥고를 치른 뒤 정신착란증세를 일으킨다.
돈을 벌기 위해 기생의 길을 선택하고 일본인 남자의 현지처가 되어 아들을 낳기까지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던 저자의 삶을 들어본다.(박명아 지음/사람in, 8천500원)
▨새롭게 읽는 한국의 신화
'치우천왕', '유리이사금과 탈해', '실성과 눌지의 암투'….
낯설지만 정겨운 우리의 신화들이다. 월드컵 이전에는 우리 전통신화에 등장하는 치우천왕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치우천왕'은 환웅이 신시(神市)를 다스릴 때 나라를 지키는 직임을 맡은 장수. 하늘을 빙빙 돌면서 바람과 구름과 안개를 능히 부리는 치우천왕은 우리 의식 속에 신화적 원동력을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인 상징이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신화에 대한 관심은 적다. 저자는 15년간의 자료 수집과 집필을 통해 단군, 주몽에서 신라의 도화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신화의 모태를 탐구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신화 이야기에 저자의 상상력과 필력이 더해져 재미나게 읽힌다.(조성기 지음/동아일보사,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