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수는 '성공한 전문직업인' 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직자.법관 등과 함께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 같은 일반의 인식과 기대는 뿌리깊은 숭문주의(崇文主義)와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권위와 전통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학교수는 학문 연구와 교육의 주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그들의 연구와 가르침은 국가.사회적으로 공인되는 지식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지식까지도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 사회에도 변화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으며,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을 밑도는 시대를 맞으면서 구조조정과 생존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경쟁력이 생명'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그간 개혁이 미진했던 교수 사회에도 경쟁과 시장논리가 도입되면서 대학들이 학문적 생산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경영 단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교수 사회는 계약제.연봉제.업적평가제.강의평가제 도입 등으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어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는 옛말이 되고 있다. 특히 '초짜 교수'들은 살얼음판이다. 대부분 2~3년 계약제로 뽑아 연구 실적 등이 모자라면 자르기 때문에 살아남는 게 지상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진 탈락률도 해마다 높아져 20%~30%에 이르며, 어느 대학은 대상자의 절반이 승진에서 탈락됐다 한다. 정년 보장도 정교수로 상향조정되거나 그나마 보장이 안 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 업적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대기 교수'들이 넘쳐나는 현실이므로 논문 발표 건수가 몇 배로 늘어났다. 기존 교수들도 실적을 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과 강의를 잘 하고 논문을 많이 쓰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대학 모집 정원이 신입생 숫자를 넘어섬에 따라 내년에는 최악의 미달 사태가 예견되는 일부 지방 대학들은 미달 학과의 폐지와 담당 교수 해직을 계획하고 있어 대학 강단의 퇴출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지금은 대학과 교수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될 시대지만, 시장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 우려되는 바도 없지 않다. 대학과 기업체는 지향하는 목표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논문만 하더라도 몇 달만에 쓸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평생 완성해야 할 과제도 있다. 더구나 연구 논문의 양이 질보다 우선시되고 임용.승진 등의 평가 과정에서 학교측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점도 경계돼야 한다. 제대로 된 교수 사회의 개혁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