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이야기-사이버애널 '골드러시'

대구지역의 한 공무원은 요즘 신바람이 났다. 올 들어 국내 유명 증권사이트에서 사이버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매월 1천만원 안팎의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경력 15년 동안 제대로 수익을 내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만 해도 급등주를 찾아 이곳저곳 증권사이트를 헤매던 아마추어 투자자였다.

주식시장에는 그와 같은 사이버애널들이 수천명으로 추정될 만큼 많다. 이름 난 한 사이버애널은 인터넷방송 유료강연을 통해 매월 3천만원씩 고정적으로 벌어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실전에도 강한 진짜 고수가 몇이나 될까 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진짜 고수라면 주식투자로 돈 버는 녹록한 재미 때문에 사이버애널로 활동할 짬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낄터이다.

실력과 도덕성을 검증받지 못한 사이버애널들의 '종횡강호'(從橫江湖)는 19세기 중엽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불었던 '골드 러시'(Gold Rush)를 연상케 한다. 당시 전세계에서 1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캘리포니아로 몰려 들었지만 정작 짭짤한 재미를 본 사람들은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벌인 상인들이었다.

실력없는 사이버애널일수록 초보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현학적인 주식이론과 현란한 기술적 분석글을 올리며, 자기 자랑하기에 바쁘다. 정작 실전 투자로서는 승부를 낼 자신이 없는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초보투자자들의 주머니로부터 상담료.정보 조회료.ARS 청취료 등을 많이 챙길까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사이버애널들의 폐해는 이제 공해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개중에는 실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고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작 사이버애널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것은 주식투자 못지 않게 어렵다. 아예 제도권.비제도권을 불문하고 애널리스트들의 시황 및 종목 추천글은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투자 자세일 수 있겠다.

주식시장은 소수가 벌고 다수가 잃는 냉혹한 곳이다. 웬만한 차트분석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도 손실이 커졌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주식을 사는 순간 가장 위험한 투자에 발을 들여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무기와 냉정한 투자원칙 없이는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어줍잖은 사이버애널에 의존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갖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김해용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