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햇볕정책 퇴조 부른 北核사태

제10차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미일 정상은 27일 북한 핵 사태에 대한 공조를 다짐하면서 핵 포기가 북미 대화의 선행조건임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한미일 공조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공동발표문이 가진 또 다른 의미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햇볕정책의 몰락'에 유의하게 된다. 이번 한미일 공조는 미국의 입김 강화와 북 핵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왕따로 비쳐진다.

발표문에는 정상회담 때 으레 따라붙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문구가 사라져버렸다. 또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대화'라는 표현 대신 '(각종 제재를 포함하는) 평화적 해결'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대북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북일 채널이 공식화 된 점도 한국의 입지 약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사실들을 눈여겨보면 이번 발표문은 그 기저에 햇볕정책에 대한 불신을 담고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과 안보상의 양보를 거듭하면서 성사시킨 햇볕정책이 이번 북 핵 사태 해결에 기여한 바는 미미하다. 북한은 시쳇말로 '햇볕만 쬐고 달아나버린' 것이다.

햇볕정책의 수혜자인 북한에게 상호주의에 입각한 의무를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우리 정부의 무전략(無戰略)을 덮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정부의 냉정한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공동발표문은 북한이 핵 카드로 더 이상 얻어낼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상황은 북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인상이다. 특히 햇볕정책의 몰락이나 퇴조는 북한으로서도 바람직한 일이 못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민의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줘야 할 입장에서 남한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걸핏하면 생트집을 잡아 교류중단을 선언하던 그들이 핵 사태의 와중에서 경제시찰단을 보낸 속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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