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한, 두모금만 마셔도 바로 목숨을 잃고 마는 유독가스.이런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각종 합성수지류가 우리 곁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소방법상 관련 규제는 없는거나 다름없다.유독가스, 합성수지류를 강력 규제하는 선진국은 일찌감치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실시해 왔다.
△생활 주변 합성수지류와 규제 실태
화재시 유독가스를 방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는 합성수지류는 실내장식물이 고급화되면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규제는 걸음마 수준이다. 술집, 호텔을 비롯 일반 가정집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실크, 필름형 벽지에서부터 원목 느낌이 나게 하는 각종 PVC계 바닥재들은 모두 치명적인 유해가스를 방출하는 합성수지류.
현행법상 바닥재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가연성 벽지 등에는 불이 붙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방염제를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브롬 성분이 함유돼 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어차피 방염제에도 불이 붙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할로겐 가스가 다량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구 동부소방서 홍말석 진압대장은 "방염처리된 벽지, 카페트 등에 불을 붙여보면 금방 타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방염제로 화재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했다.
또 일단 방염처리된 가연재는 선진국과 달리 더 이상의 검사없이 방치돼 후속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방염제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소방검정공사 조남형 연구원은 "시료의 극히 소량만을 검사하다보니 전체 방염 효과는 미지수"라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방염제에 대한 유독가스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된 샌드위치 패널도 합성수지류.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스티로폼, 우레탄폼, 그라스울, SGP 샌드위치 판넬 중 스티로폼, 우레탄폼과 같은 충진재료는 화재에 치명적이다.
일반목재류 경우 화염 발생 후 수분이 지나 최고 1000℃ 이상일때가 화재점이지만 스티로폼은 화재발생후 불과 수십초가 지난 100℃가 화재점이라는 것.
PC방, 고급레스토랑 등에서 쓰이고 있는 우레탄폼은 연소시 아황산가스 같은 독가스를 배출, 대규모 인명피해의 주범이 된다. 건교부는 지난해 '불연재로 인정될때만 샌드위치 패널의 시판을 허용하기로 입법 예고했지만 관련 업자들의 강력 반발로 법 시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독가스 얼마나 치명적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공식 전문기관이 특정 제품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성분을 분석한 사례는 없다.그래서 통상 플라스틱류, 화학섬유류에서 화재시 배출되는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를 비롯, 시아니드, 아황산가스, 암모니아, 이황화탄소, 불소, 염소, 시안화수소, 황하수소, 포스겐, 할로겐 등을 일컫는다.
이 중 염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용 독가스로 쓰였고 시안 계통 가스는 일본 옴진리교 광신자들이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에 쓴 독가스다.포스겐 가스는 인명 살상용 화학무기를 만들때 사용될 정도.
이런 가스가 호흡을 통해 극소량이라도 신체에 들어가면 신경마비와 호흡장애를 일으킨다. 불길이 없어도 가스 중 일부는 소위 '화학 화상'을 일으키고 화염까지 같이 기도를 통해 들어가면 화상이 가속화된다.
일부 가스는 신경에 직접 작용, 의식과 운동에 관련된 신체기관을 마비시켜 버린다. 유독가스를 포함한 연기의 확산 속도는 건물구조, 풍속, 실내기류의 양상, 온도, 습도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 수평으로 초당 0.5m~0.8m, 수직으로 초당 3~5m의 속도로 퍼진다.
△선진국에선 어떻게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에선 유독가스와 합성수지를 철저히 규제한다.미국의 경우 각종 가연재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고 플라스틱 제품은 벽과 천장의 면적의 10%를 초과할 수 없으며 화염확산속도 및 열방출량에 따른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화재시험을 거쳐 플라스틱 제품에서 나오는 질소, 염소 등의 함유량을 1㎥당 질소는 5g, 염소는 25g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영국도 플라스틱류 제품은 반드시 인화성 시험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의 경우 자재의 발열량, 기준온도의 초과정도, 자재를 태웠을때 쥐의 치사여부 등에 대한 실험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 연기유독성평가의 기본이 되는 단위 가연물 당 가스생성 비율 등에 관한 국내 내장재의 정확한 실험이 전무한 실정이다.
또 우리보다 후진국인 중국만 해도 두개의 연구소에 각 연구소마다 석.박사급만 100명 이상으로 합성수지류의 유독가스에 대한 활발한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엔 전문 연구소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도움말 주신분-, 한국소방검정공사 조남형, 김해영 연구원, 한국소방안전협회 연구소 김영근 부장, 화재보험협회 방재연구원 소화연소팀 이지석 과장, 대구 서부소방서 임동권 진압대장, 대구보건전문대학교 최영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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