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서구의 명문학군 만들기

명문 사립고 유치가 대구 북서구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도로를 몇 개 더 내고 문예회관을 짓는 것보다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구청들까지도 깨닫게 됐다는 것.

◇현대판 엑소더스=명문고가 있으면 자연히 인구가 늘고 거기서 생기는 개발 압력으로 해당 지역은 저절로 '뜨게' 된다는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반면 학교 여건이 뒤떨어지면 주민들은 그 지역을 떠나 더 나은 곳으로 떠난다고 많은 시민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구·군청들도 뒤늦었음을 자인하면서까지 명문고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것.

북구청 집계 결과, 올해 전출 인구는 강북의 관음동에서 569명, 태전동에서 186명씩 전입인구를 초과했다. 작년에도 전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관음동 112명, 태전동 572명, 칠곡2동 373명 더 많았다. 많은 가족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 관음동 한 아파트단지 주민(41)은 "6년 전 이사 왔을 때 알던 주민의 30% 이상이 수성구 등으로 이사 갔다"며 "학교문제 때문에 강북은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수성구는 이른바 명문고교가 밀집하면서 지역 최고의 주거지가 된 뒤 아파트 값이 뛰고 도로·교통 등 다른 기반시설까지 다른 지역과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경북대 교육학과 김경식 교수는 "회복이 힘들 정도로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수성학군 연구를 통해 그 형성한 요인을 도출, 지역간 불균형으로 귀결되고 있는 학력 편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문고가 최고 지역을 만든다? =대구시청의 한 공무원은 2년 전 북구 칠곡에서 수성구로 이사 갔다. 중학교 다니는 아들과 초교 고학년인 딸의 교육 문제 때문. 이 공무원은 "이사 후 아이들의 공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에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가 됐다는 것. 그는 "왜 모두들 수성구로 몰려드는지, 그리고 같은 대구 시내이면서도 지역간 격차가 왜 생기는지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현연사회복지연구소(소장 박석돈 경북대 교수)가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세 이상 대구시민 7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각종 지표에서 수성구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편익·교통·문화체육·교통환경·녹지 등 시설에서 시민 대다수가 수성구를 최우수 지역으로 꼽았다는 것. 낙후된 지역으로는 달성군과 북구 등이 꼽혔다.

이렇게 수성구가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명문고교' 덕분이라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이곳 일부 상위 학력 고교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북구지역 일부 학교와 최대 60점까지 차이 날 정도로 학력이 월등해지면서 자연히 많은 학부모들이 '수성구로 못들어 가 안달'이라는 것.

또 교육 관련 관심이 높은 계층이 고학력·고소득층이라는 공통된 생각 덕분에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같은 평형대끼리 비교할 때 북구 강북지역과 최고 9천만원 가량 차이를 보인다고도 했다. 이런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성구는 아파트 값이 동반상승하며 각종 개발도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뒤처진 지역의 몸부림=이명규 북구청장은 올해 신설된 강북지역 운암고교를 최근 방문, "공부를 좀 열심히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이 고교가 개교하기 전에는 학부모단체 회원들과 함께 교육감을 찾아 "열의와 능력을 갖춘 교사들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구청장 권한밖의 일이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뭐든 못할 게 없다는 태도이다.

이런 가운데 북구청은 서울 외곽 신도시인 경기도 고양을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관련 공무원을 파견해 연구하고 있다. 신도시로 조성됐지만 교육 문제때문에 서울 시내로의 인구 재유출을 겪은 고양시가 '학교 살리기'를 통해 '돌아오는 도시'로 변모한데 주목한 것.

류한국 부구청장은 "고양에서는 시민 장학모임이 결성돼 학교 문제에 대처하고 있었다"며, "북구 강북지역도 구청 예산 지원을 통한 장학사업 활성화로 찾아오는 강북이 되게 할 방침"이라고 했다.

운암고교 권혁명(64) 교감은 "강북지역은 중학교 자원부터 학력이 수성구보다 떨어지지만 올해 학교·학부모·구청 등이 열의를 갖고 투자한 덕분에 운암고 학력은 대구 전체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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