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國會가 국민 쥐어짜는 세상

국가 예산은 곧 국민의 혈세다. 국회가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단돈 한푼이라도 씀씀이를 따져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예산을 감시.감독해야할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낭비 부분을 찾아내 이를 삭감하기는커녕 되레 여기다 웃돈을 더얹어 1차 통과시켰다니 그야말로 말문이 막힌다.

더구나 정권말기 정부 부처의 '레임덕'현상이 만연한 상태가 아닌가. 더욱 눈을 부릅떠야할 국회가 지금,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지, 국민의 대의(代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기만하다.

국회 각 상임위는 정부가 당초 제출한 111조6천850억원의 예산안을 114조8천739억원으로 증액, 지난주 예결위에 넘겼다. 이는 정부안보다 무려 4조2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사안이다.

특히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예산을 삭감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날만 새면 난장판 이전투구식 싸움을 일삼는 정당들이 예산증액에는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물론 국회에서 예산안을 무조건 계수 조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확대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당위성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긴축예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부동산 투기, 금리 하락 등 거시경제적인 수치를 보더라도 시중에 자금이 너무 풀려 유동성 흡수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런데도 국회가 굳이 예산을 늘려잡겠다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올해 예산을 올려놓으면 내년에 대선에서 이길 경우 결국 자기 몫이 되고, 민주당은 다음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 선심성 예산 챙기기에 급급, 대구시 예산의 2배에 달하는 4조2천여억원을 더 얹었다는 우려가 사실이라면 이는 '도덕적 해이'의 합작품이다. 아직 예결위 심의가 남았지만 국민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서라도 잇속을 챙기려는 선량들의 구태(舊態)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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