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뚱뚱한 여성 유방암 잘 걸린다

서구 여성의 병으로만 알려져 있던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병원에서 보고된 1992년 국내 발병자는 2천779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5천78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7천명을 넘어서 위암.자궁암을 제치고 여성암 중 1위를 차지하게 될 전망.

서구의 예를 비춰 볼 때 이런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얼마 전 전국적으로 공개강좌를 열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유방암이 급증하는 이유=과거보다 초경이 빠르고 고지방 서구식 식생활이 일반화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하는 아이가 적고 모유수유를 피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젊은 나이에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폐경이 늦으며 폐경이 되면 호르몬 치료를 하는 여성 수가 증가한 것도 관련이 있다. 어느 한 가지를 조심한다고 예방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특히 비만은 폐경 여성의 유방암을 증가시킨다. 서울대 의대 연구 결과 비만지수가 25kg/㎡ 이상이거나 체중이 64kg 이상인 폐경 여성은 표준 체중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3~5배 높았다.

◇우리 나라 여성 유방암의 특징 =우리 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서구와 발생 양상이 많이 다르다. 서구는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이 적고 폐경기 이후 환자가 점차 많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0대에 가장 많은 발병률을 보인다. 또 40대 이하의 젊은 여성 발병률이 높은 것도 특징. 미국 경우 20~30대 유방암의 빈도가 전체 유방암의 5%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4배 이상 많은 22%나 차지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젊을수록 암세포 증식이 왕성한 탓도 있지만 유방암에 대해 방심하거나 유방 조직이 치밀해서 발견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유방암 검사는 언제부터?=이제까지는 독자적 유방암 정기 검사 권고안이 제시돼도 미국의 경우를 많이 따랐다. 40세 이상이면 정기 검진을 시작하고 2년 간격으로 검사하며 50세가 넘으면 일년에 한 번씩 검진하라는 것.

그러나 국내 실정에는 이런 권고안이 맞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가 넘으면 자가검진을 시작하되 35세가 넘으면 2년 간격으로 전문의의 검진을, 40세 이후는 1, 2년 간격의 임상진찰과 유방촬영을 권하고 있다.

조기 암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율을 높일 뿐 아니라 치료 방법이나 비용에 있어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0기 암(암이 유관에만 한정된 경우)이면 100%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1기이면 5년 생존율이 94%이지만 2기로 내려가면 73%, 4기이면 18% 밖에 되지 않는다.

초기 암이라고 얘기하는 0기 및 1기 암 발견율은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도 5대 암 진단에 유방암 검진을 포함해서 조기 발견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암 발견만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형편이 어려워 검진을 못받는 사람은 한국유방건강재단(02-709-3920)에 연락하면 무료검진 쿠폰을 받거나 수술비까지 보조받을 수 있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수정교수(영남대병원 유방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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