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창-TV속에도 '책'이 있다

영상매체의 눈부신 발전으로 활자 매체 시대가 지나간 듯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화려한 영상과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책'은 유효하다. 여전히 활자매체가 가진 축적된 힘이 있고 수천년간 인류의 지혜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EBS '도종환의 책과 함께하는 세상'(수 밤10시20분), KBS1 'TV 책을 말하다'(목 밤10시), MBC'행복한 책읽기'(화 밤12시55분),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토 밤9시45분) 등이 있다.

EBS '도종환의 책과….'는 고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지적 풍토에서 고전을 현대에 맞게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시청자들은 중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해, 시청률은 낮아도 고전읽기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KBS1 'TV 책을 말하다'는 화제가 되는 한 권의 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돕는다. 저자와의 대담, 관련 서적 소개, 패널들의 대담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 석학 부르디외를 초청, 저자의 사상을 심도있게 다루기도 했다.

MBC '행복한 책읽기'는 방송 시간이나 준비 등에서 몇 가지 지적을 받고 있다. 여러 코너를 섞어놓아 별 특징이 없을 뿐더러 자정이 훨씬 넘은 편성시간때문에 방송사의 생색내기식 프로그램이 아닌가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한 시청자는 "과연 12시가 넘은 시간에 청소년이 몇명이나 시청할지 의문"(아이디 MSANTUS)이라고 지적하고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분들은 책 내용에 대한 질문은 거의 하지 못하시더군요"(아이디 HEEJONGT)라며 진행자의 자질과 준비정도를 꼬집는 시청자도 있다.

책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책'을 진지하게 다루기 보다 가벼운 호흡으로 대중들에게다가가고자 하는 시도가 신선하다. 개그맨들이 입담을 내세워 책 내용보다는 온갖 이벤트를 마련해서 일으킨 책읽기 캠페인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인다.

'느낌표'에서 소개한, 일명 '느낌표 브랜드'의 책들은 방송되는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낌표'에 대한 찬성과 반대 견해가분분하다. 방송이 일종의 문화권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는 지적과 책 선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의무거운 이미지를 털어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단 독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두둔하는 등 논란이 많다.

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일단 책을 다루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를 초청해 깊이있는 토론을 나누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라도 좋은 책을 서로 권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데 방송의 역할이 크다. '느낌표'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은이런 다양한 시도의 한 길목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담론이 아닌가 한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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