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극장 인질사태가 진압된 지 이틀째인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재개했다고 발표, 이번 인질극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테러범들이 대량파괴무기에 필적하는 수단을 이용할 우려도 있다"며 "만약 누군가가 러시아를 상대로 그런 수단을 사용하려 한다면 테러범들이 어디에 있든 테러범들과 그들의 이념적·재정적 후원자를 상대로 적절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어떤 협박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테러 용의자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현재보다 폭넓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28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 동쪽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체첸 반군 30여명을 사살했다고 러시아군 관계자가 밝혔다.
러시아군의 이번 군사 작전은 170여명의 희생자를 낸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태에도 불구, 기존의 강경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러시아 당국의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모스크바 사상 최악의 이번 인질 사태로 향후 러시아의 대 체첸 및 소수민족 정책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때를 같이해 체첸 반군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3년간 계속된 체첸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28일 평화회담을 제의했으나 러시아는 테러분자들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러시아는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모스크바와 볼고돈스크 아파트 폭발 사건 직후인 1999년 10월 대규모 반군 진압작전인 제2차 체첸전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지루한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 인질극 사태의 여파로 러시아내 각종 민족 분규와 외국인 혐오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모스크바 북부 페트로프스코 라주모프스카야 지하철역에서 카프카스 출신 1명이 청년들에 심하게 맞아 중상을 입었으며, 15세 그루지야 소년이 역시 청소년들에게 구타당하고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모스크바 남부 툴라주(州)에서는 이른바 '체첸 제거부대'가 결성된 것으로 보도됐으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체첸인을 공격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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