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정공시 제도 도입을 앞두고 상장·등록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공시를 거치지 않고 각종 경영정보가 외부로 나갈 경우 회사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증시에서 퇴출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장·등록기업 마다 공정공시에 대한 사내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임·직원 '입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증권거래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공정공시 제도 설명회를 참석하고 돌아 온 대구지역의 금융기관의 직원은 "공정공시 의무에 대한 위반 조항이 너무도 포괄적이고 모호해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모 백화점의 주식업무 담당자는 "기자나 애널리스트로부터 문의가 들어올 경우 답변한 내용을 지체없이 공시해야 한다는데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며 "현업부서 관계자들이 애널리스트의 방문이나 언론 취재를 무조건 거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공시 제도 규정은 상장·등록기업의 임원이 외부인사를 만난 사석에서 회사의 경영정보를 우연히 발설했을 경우라도 공시담당자가 지체없이 이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걸리지 않으면 아무 문제될 게 없지만 적발될 경우 해당 기업은 공정공시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공정공시 위반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1시간 동안 거래가 정지되고, 1년내 2회 이상 공시의무 위반 회사의 경우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문제는 공시담당 직원이 회사내의 많은 '입'들을 모니터링해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예 상장·등록기업들이 외부인에게 회사경영정보를 일체 발설하지 못하게끔 임직원의 입을 아예 막으려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정공시 대상 정보로 규정된 '회사 전체의 영업활동 및 기업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란 대목도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공시담당·IR·홍보 부서가 서로 분리돼 있는 대부분의 상장·등록기업 특성상 이 제도 시행 초기 부서간에 상당한 혼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투자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공시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오히려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문제 발생을 우려해 기업 홍보나 IR(기업설명회)을 꺼리는 바람에 결국 극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는 역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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