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우물안 개구리'식 世界化

세계화·국제화는 욕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기초 인프라 없이 세계 무대에서 앞서 가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과욕(過慾)에 불과하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온갖 정열을 쏟아부었으나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기대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충격적이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화를 하겠다는 의욕만 앞섰지 기초 인프라는 여전히 미숙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한국 비즈니스 환경 서베이'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싱가포르·홍콩·상하이·도쿄 등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중심)가 되려고 경쟁하는 아시아 5개 도시 중 서울이 기업하기에 가장 나쁜 곳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성장하려면 외국기업이 사업환경과 경제조건에 따라 인력감축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외환관리 규제를 철폐해 기업자금의 국내외 반출입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강경 노조와 정부 규제를 또한번 질타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자책이 앞선다. 박사 학위만 8만5천명으로 인구당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해외 유학생이 15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이 아닌가. 그런데도 영어구사력과 국가 이미지에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양(量)적 성장의 환상에 파묻혀 질(質)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든다.

경제특구를 만들고 조기 유학을 장려한다고해서 '세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보다 중요한것은 글로벌화에 대한 '마인드' 형성이다. 천민 자본주의에 물들어 어려서부터 경제 교육과 에티켓 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한 사람에게 '국제화'의 두꺼운 옷을 입혀봐야 오히려 부담만 될 뿐이다. 우리는 '세계화'수준을 스스로 자만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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