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4년 북핵위기로 전쟁났으면 희생자 한국전 능가했을 것

카터 전 美대통령뉴욕타임스 기고서 밝혀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지난 1994년 북한핵 위기 당시 주한미군사령부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전쟁 희생자보다 많은 희생자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고문의 요약이다.

1994년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직원들을 추방하고 영변 원자로의 핵폐기물을 재처리, 플루토늄을 추출하겠다고 위협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해졌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를 촉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남한과 주한미군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 시가전이 일어나고 도시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은 이 경우 한국전쟁 때보다 많은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미국의 정책은 북한과 어떤 직접대화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김일성 주석의 초청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평양을 방문, 북한이 영변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IAEA 사찰요원의 복귀와 핵폐기물 사찰을 받아들이는 내용의 협정체결을 도왔다.

그 대신 미국과 우방국들은 대북 핵 불위협과 북한의 전력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연료유를 공급해 줄 것, 폐연료에 대한 국제사찰을 조건으로 2기의 원자로를 건설해 줄 것 등을 약속했다.

그후 영변 핵폐기물의사찰은 계속됐으나 2기의 대체 원자로는 건설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대북자세도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농축 우라늄의 공급원을 확보하고 핵개발계획을 추진하고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실제로 핵개발계획을 가지고 이미 핵폭탄을 생산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한 점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계획을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남한과 일본은 협상 계속을 촉구하고 있고, 중국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현재 1994년과 매우 유사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군사대치를 향해 갈 것인가, 긴장완화를 전제로 핵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김일성 주석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충분한 외교적인 토의를 가지겠다고 약속, 남북한 정상회담 일정까지 마련했었다. 그러나 김 주석은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고,그의 아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수개월간 남-북한, 북한-일본 관계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으나 클린턴 대통령의 대화노력은 그의 정권과 함께 끝났다.한반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반세기 동안 지속돼온 휴전상태의 종식과 포괄적이고 영구적인 평화협정이다.

외교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있으며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다.의견접근을 위한 틀은 상존하고 있고, 몇가지 상호주의에 입각한 실천과 국제사찰로 확인할 요소들만 남았다. 첫째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포기해야 하고 남북한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이렇게 되면 미국도 북한과 선린관계를 맺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1994년에 맺은 협정의 전제조건들은 존중돼야 하며 북한, 일본, 남한, 미국, 중국의 상호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끝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관계를 휴전선의 단계적 비무장화를 통해 완화해야 할 것이다.평화협정 대신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전쟁은 대량파괴를 불러올 것이며,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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