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일본 '정지용 문학제'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타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과 같은 세속적인 것까지넘어서야 하는 데 있지만, 우리 문학도 세계화의 대열에서 뚜렷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우리 문학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시인.작가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작품을 해외에 널리 소개할 수 있는 훌륭한 번역가가 필요하다.뿐만 아니라 문학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독자의 후원이 따르고, 빼어난 문인들의 작품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한국문학 세계화추진본부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지도 오래 됐다. 국가나 문학 지원 단체, 개인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기 그지없는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근년 들어서는 동.서양의여러 나라들과 문학 교류가 차츰 활성화되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세계문학제를 열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정지용 문학제가 11월 16일 일본 도쿄 인근 우라와(浦和) 시민회관에서 열린다고 한다. 김종길.고은.이근배.이시하라 다케시.신카와 가즈에씨 등 두 나라 시인들과 그의 맏아들 정구관씨를 비롯한 300여명이 참가할 모양이다. 그의 대표시 58편을 담은일어판 '정지용 시선'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이 문학잔치의 정식 명칭은 '한국 현대시의 오후-정지용 시와 그 주변'으로 일본의가장 큰 시인단체인 지큐(地球)동인이 주관하는 '지큐시제'의 일환으로 빛을 보게 됐다 한다.

▲지큐동인 아키야 유다카 회장의 환영사 등으로 시작되는 이 행사의 주요 내용은 정지용의 시 낭송, 작품 평가, 문학사적 의의, 회고담 등이며, 한국의 현대시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와 함께 활약했던 박용철.김영랑의 시도 낭송될 예정이어서 1930년대에 등단해 우리 시의 현대화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던 시문학파의 축제가 일본에서 마련된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게 된 셈이기도 하다.

▲인천대 오양호 교수가 일본에 머물면서 구상한 것이 계기가 됐고,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정지용의 일어판 시선집의빛을 보게 된 게 이번 행사로 이어지게 됐지만, 이제 그의 시 '호수 1'이 노래가 돼 일본에서 우리말로 불리게 됐다는 사실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에 관한 노력은 한국의 진정한 세계화와 한국의 정신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시키는 가장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문학이 차원 높은 세계 문학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문학판 한류'를 꿈꿔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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