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스케치

남북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의 남측 대표단은 31일 오후 설봉호 편으로 장전항에 도착, 금강산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북측은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이 열리는 금강산여관에서 이날 오후 7시 조금넘어 환영만찬을 주최했다.수석대표인 이병웅 한적 총재 특보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7시15분께 금강산여관에 도착하자 리 단장은 "이쪽은 함동혁 대표, 이쪽은 류성수 대표"라며 북측 대표를 남측 대표단에게 일일이 소개했다.양측의 일부 회담 관계자들은 "오랜만이다"고 눈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 수석대표는 금강산여관에 들어서자 2층에 마련된 남측 상황실에 들러 회담 관계자들을 격려한 후 만찬장으로 입장했고, 이어 북측 대표단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안내를 맡은 북측 관계자는 "현대측이 보수공사를 한다고 이렇게 됐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이 관계자는 '언제쯤 공사가 끝난다고 하느냐'는 질문에 "글쎄, 내가 현대 관계자가 아니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이 수석대표가 양측 대표 6명이 같이 앉은 테이블에 놓인 털게를 보며 "귀한 털게가 나왔네요"라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자 리 단장은 "어제 평양에서 내려왔다. 이번 회담의 성공과 대표단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이 수석대표도 "이번 회담에서 민족에 희망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다시 술잔을 들었다.

○…이번 접촉이 진행될 금강산여관은 현대아산이 지난 9월 여관을 인수한 이후 보수.정비가 예정된 탓에 모든 집기를 로비에 내놓아 이삿짐을 꾸리다 만듯한 어수선한 상태.북측 회담 관계자는 이번 접촉을 위해 급하게 회담장을 꾸미느라 애를 먹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만찬과 회담이 열릴 때마다 연회장으로 사용된 2층 로비는 탁자와 의자가 쌓여있었고, 계단에 깔렸던 카펫도 다른 곳으로 치워졌는지 보이지 않았다.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다가 회담을 위해 갑작스럽게 영업을 재개하다보니 조명과 난방 등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남측 관계자들은 통신 시설, 난방 문제 등 미흡한 회담장 주변 시설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에게 시급히 보완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남측의 한 관계자는 "오늘 날씨가 많이 풀려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해금강호텔에서 만찬장인 금강산여관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한창 절정의 금강산 단풍을 즐기러 찾아온 남측 관광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관광객들은 삼삼오오 거닐다가 남측 회담 대표들이 탄 버스가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환영 만찬 도중 열악한 북한의 전력사정이 또 한번 드러났다.만찬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전기가 나가 버린 것.비상 손전등으로 대충 상황을 모면하고 의례원들은 테이블마다 쓸 양초를 구하느라 깜깜한 가운데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북측의 한 회담 관계자는 이 상황을 빗대어 '정전 만찬'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그러던중 전기가 다시 들어와 '정전 만찬'은 수 분만에 끝났고,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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