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게 대북 교류의 대가로 수천 억 원의 뒷돈이 굴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대상선의 대북 4억 달러(4900억 원) 비밀 지원설과 현대건설의 1억5천만 달러(1800억원) 지원설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전자(하이닉스 반도체의 전신)가 의혹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0년 동사(同社)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영국의 반도체 공장을 1억6천200만 달러에 매각한바 있다. 이 돈 중 1억 달러(1259억 원)가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중동의 유령회사로 넘겨졌고, 남북 정상회담 한달 전 대북 지원금으로 전용됐다는 의혹이다. 현대상선 스토리와 100% 닮은꼴이다.
물론 이런 스캔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정부나 금감원, 산업은행, 현대 등 당사자들의 집단적인 회피로 실체규명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은 스캔들이 사실인 것으로 믿고 있다. 다시 말해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은 6억5천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뒷거래한 오직(汚職)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밟는다면 6억5천만 달러 정도의 돈을 북한에 지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간단히 이해되는 일은 아니지만, 통일과업이라는 큰 정치를 위해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을 속이는 뒷거래여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나라의 상징이고 자존심이며 대중적 윤리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과'를 돈으로 샀다는 것은 국민들의 자존심과 나라의 정통성을 짓밟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신성한 통일과업을 사유화하는 역사적 죄과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의 언동을 보면 그런 밀실·비밀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핵개발로 남한을 군사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다느니, '외세공조'를 '민족공조'로 바꾸자느니 하는 말들이 그것이다. 반쯤 정신 나간 이런 언급들이 어디서 나온 것이겠는가. 통일문제를 뇌물로 접근한 여파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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