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가침 조약은 정전협정 대체용?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30일 정전협정이 유명무실해졌음을 지적하면서 미국에 불가침조약 체결의 당위성을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북-미 불가침조약'을 언급한 이후 북한이 '정전협정'을 거론하며 불가침조약이 이를 대체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북-미 불가침조약을 제안한데 대해 이것이 북한이 지난 1974년 이후 줄기차게 미국에 요구해 온 북-미 평화협정과 무관한 것인지, 또는 관계가 있다면 '불가침조약'과 '평화협정'의 선후(先後)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불가침조약이 평화협정 이후 단계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가중치를 두는 이들은 '불가침'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는 입장을 보였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는 평화협정을 철회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또 1994년 제네바합의 부속합의서를 근거로 핵 문제에 국한해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과 별도의 '북-미 핵 합의서'를 타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이 와중에 중앙방송이 '조선 정전협정의 유명무실'을 지적하며 북-미 불가침조약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은 불가침조약이 평화협정과 같은 것이거나 평화협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지난 2000년 북한과 미국이 공동코뮈니케(10.12)에 서명,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꿀 것"에 합의한 사실에 비춰보면 불가침조약은 포괄적인 '평화보장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평화협정'이나 '평화보장체계'를 언급할때 항상 정전협정을 대체한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날 다시 '정전협정 유명무실'을 지적하며 북-미 불가침조약을 강조한 것은 '평화협정'과 '평화보장체계' 및 '불가침조약'은 모두 19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불가침조약'을 제안한 뒤 보일 행보 역시 이런 관점에서 전망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평화보장체계나 불가침조약은 아직 일목요연하게 정의하기 힘들지만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이미 1974년 북한이 처음 이를 미국에 제안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4개항으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가 "서로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직접적 무력충돌의 모든 위험성을 제거한다"는 것으로 북한이 25일 제안한 '불가침조약'과 의미가 같다.두 번째가 "쌍방은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을 그만두며 조선(북한) 경외로부터 일체 무기와 작전장비, 군수물자의 반입을 중지한다"는 것이고 셋째가 외국 군대 철수및 무기 철거이며 넷째가 평화협정 단계로 이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대담한 접근법'(bold approach)을 구사해 대북관계를 개선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북미관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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