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종이학 천마리'의 교훈

1945년 8월 6일, 거대한 미국 비행기 에놀라 게이가 세계 역사상 최초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10만명에 가까운 인명을 살상하면서 온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당시 두 살로 변두리에 살았던 사다코는 그래도 살아남은 편에 있어 행운아였다. 사다코는 9살이 되었을 때 위대한 육상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암사슴처럼 날렵한 그녀는 많은 경기에서 우승했고 육상대표선수가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다코는 쓰러졌다. 달리기를 하던중 현기증이 났던 것이다. 처음에는 별 걱정을 않았지만 현기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병원 진단 결과 히로시마에선 누구나 가장 두려움에 떠는 '방사능 중독'이란 선고가 내려졌다. 실의에 빠져 병실에 누워있는 사다코에게 어느날 가장 친한 친구 시즈코가 찾아왔다. 시즈코는 환하게 웃으며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가져왔는지 맞혀봐"하면서 금종이로 접은 종이학을 내보였다.

▲"이 종이학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거야. 학은 천년을 살아. 그래서 환자가 종이학 천개를 접으면 병이 났는데". 시즈코는 종이학 접는법을 가르쳐 주고 종이도 한아름 사줬다. 사다코는 그 날부터 종이 학을 접기 시작했다. 종이학을 접고 있으면 이상하게 몸이 좋아지는 듯 했다. 처음에는 하루 백마리까지 접던 것이 날이 갈수록 사다코의 기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10마리 9마리 8마리로 점차 줄어 들었다. 결국 사다코는 천마리의 학을 채우지 못한체 눈을 감고 말았다. 시즈코와 반 친구들이 나머지 학을 접어 사다코의 시신을 덮어 줬다.

▲급우들은 이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일본 전역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폈다. 장기간에 걸친 모금운동 끝에 거액의 성금이 모였다. 오늘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펼친 손바닥에 황금빛 학이 내려 앉는 사다코 동상이 서 있다. 이후 방사능 피폭 생존자들을 돕기위해 '종이학 클럽'도 만들어 졌다. 엘리너 코에르가 쓴 '사다코와 종이학 천마리'에 나오는 얘기다. 요즘 여학생들이 사랑으로 접는 종이학에는 이런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최근 북한이 그렇듯 무서운 핵을 가지고 있다고 공식 시인 했고 한술 더떠 "북의 군사력이 남한을 지켜주고 있으니 힘을 합쳐 북을 도와야 한다"며 오불관언이다. 미국등 주변국가들이 그 위험성을 누차 경고 해도 정부의 태도는 남의 집 불보듯 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통일부 수장이 '북핵포기 위한 경제제재는 불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핵위협이 얼마나 무서운지 종이학의 교훈을 정부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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