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지의 에이즈환자도 당당한 삶 누릴 권리"

"에이즈가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국내 에이즈 남성 환자 중 최초로 자신의 신분을 1998년 언론에 공개한 뒤 퇴치 운동에 나서고 있는 박광서(30)씨가 1일 경북대병원에서 특강을 했다.

이날 박씨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숨김 없이 털어 놨다. 충북 제천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1991년 용돈을 주며 접근해 온 30대 남자와 동성애에 빠진 게 화근이었다는 것. 그 3년 후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감염 사실을 알았다는 박씨는 너무 힘들어 하루 24시간을 술로 지샜다. 한 방송사로부터 에이즈 환자의 삶을 보여달라는 제의를 받고 1998년 TV에 출연한 뒤엔 동네 목욕탕에도 못 가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2000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3차 국제에이즈회의에서 외국의 에이즈 감염자들을 만난 뒤 퇴치 활동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너무나 당당하게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한에이즈협회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전국의 학교.군부대.민방위교육장을 돌아다니며 1천여회의 특강을 했다.

박씨가 요즘 치중하는 일은 에이즈 환자.감염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진 800여명과 함께 만든 'LOVE4ONE'이라는 모임의 활동. 매달 한번씩의 전문가 초청 강의, 격월간 회보 발간, 반기별 워크숍 개최 등을 통해 에이즈 감염자 인권보호 활동을 벌이는 것.

"에이즈 환자에 대해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평생을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절규에 가까운 그의 말에 보건소 관계자 등 특강 참석자 100여명은 '이해'로 답했다. 첫 대면은 긴장됐으나 30여분만에 '에이즈 감염자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아챈 듯한 표정들이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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