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북부 도로개통 역기능 크다

경북지역에 도로 개통이 잇따르면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 등의 효과도 있지만 대구.서울 등 대도시 경제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히려 지역 소규모 상권은 위축되고, 자본 및 인력의 역류도 심화되는 등 부작용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역에는 지난해 12월 대구~춘천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지난 6월엔 대구~왜관간 국도와 김천~구미간 지방도의 4차로 확장 공사가 끝났고, 지난 5월 구룡포~포항간 국도가 착공 8년만에 4차로로 확장됐다. 또 2004년 말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와 대구~경주간, 대구~포항간 국도대체 우회도로 등이동시 개통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군위.경산.영천 등 대구권역 시.군에는 도로 개통으로 시간거리가 줄어 농공단지내 입주 문의가 잇따르고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지만, 당초 개발을 기대했던 경북 북부권에선 오히려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

특히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근 군지역의 인구가 다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소형 점포의 매출도 크게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군청 공무원, 경찰을 비롯한 행정기관 직원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문제를 이유로 대구.안동 등지으로 이사해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주말과 휴일 일부 면지역에는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난다.

대구와의 시간거리가 30분~1시간 단축되면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이 급격히 증가해 지역의 의류, 전자 등 공산품 점포들은 매출감소로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업과 폐업 등으로 읍.면소재지에 빈 점포도 속출하고 있다.

종전 대구까지 3시간30분 걸리던 청송의 경우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2시간대로 단축되면서 대구지역 대형 할인점 및 백화점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주부 이정희(47.청송읍)씨는 "주말이면 주부 3~4명씩 모여 대구지역 할인점을 이용해 생활필수품을 구입한다"며 "지역보다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평균 25% 가량 싸기 때문에 1인당 평균 10만원 어치씩 구매한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특히 고가 물건을 구입할 때 대도시를 선호한다. 때문에 지역 소규모 상인들은 도로 개통을 원망하며, 식당으로의 업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예천의 경우 도로 개통 탓에 서울~예천간 항공노선이 폐쇄되기도 했다. 서울까지의 시간이 종전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돼 항공편을 이용하던 안동.영주.의성.예천 등 북부지역 주민들이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 승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

읍.면지역 주민들은 "자본과 인력을 유치할 기반 시설이 없이 도로만 개통할 경우 결국 역유출을 심화하는 '빨대'로 전락한다"며 "도로 개통과 맞물려 행정.교육.경제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통합 추진해야 지역이 살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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