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높은 제왕절개율 누구탓?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산부인과 의사들과 정부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또 산부인과 의사들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는 최근 "정부가 의사들의 부도덕성 때문에 제왕절개율이 세계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등 의사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개원의협의회는 "늦은 초산이 보편화되면서 안전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제왕절개를 원하는 추세여서 제왕절개가 늘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사고시 '자연분만 유죄, 제왕절개 무죄'라는 법원의 판결경향 등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한데도 의사가 영리만을 위해 제왕절개를 권고하고 있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문제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내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산통을 견디지 못해 제왕절개를 요구하는 산모가 많아 결국 산모의 요구대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난산의 경우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의 노력은 인정하지 않고 수술이 늦었다는 등 의사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현실에서 누가 위험부담을 안고 자연분만을 하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정부는 제왕절개 수술이 산모와 태아건강에 나쁘고 정상분만보다 진료비가 2~3배 비싸기 때문에 보험급여 낭비로 이어지고있다며 39.6%인 지난해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을 WHO 권고치인 10%대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대로 제왕절개가 자연스런 현상이라면 모든 병원의 제왕절개율이 비슷해야 하는데 대구지역 제왕절개율 상위 10개 병원의 평균이 50.1%, 하위 10개 병원 평균이 27%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 내부에서도 제왕절개 수술후 산모 사망이 자연분만보다 4배정도 높은 2천500명당 1명꼴이어서 산모에게 자연분만을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낮은 그룹에 속하는 대구 효성병원 박경동 원장은 "제왕절개 수술은 마취사고 및 수술후 폐부종, 폐색전증 등으로 산모사망 위험이 높은 만큼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자연분만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은 지난 85년 6%에서 99년 43%로 매년 급증하다 2000년 38.6%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39.6%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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