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가 박중식씨 '가창성당' 대형유화 완성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서 가창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공사중인 성당이 나온다. 가창성당(주임신부 서정만).

지난 주말 그 성당의 제단 정면 벽에 1천5백호 크기 벽화 넉점이 걸렸다. 그것을 모두 합하면 가로 20m, 세로 12m가 넘는 크기에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대작이다. 중견화가 박중식(56·대건중 교사)씨가 1년간 밤낮없이 매달려온 고심의 산물이다.

그림 전체가 누르스름하다. 황토빛 유화. 내용은 성서에서 따왔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힘차고 꼼꼼한 붓질이 그림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서양의 고풍스런 성당을 흉내(?)내는 것만 봐온 우리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작업을 시작하는데 노모가 아프기 시작했고, 보름전 그림을 끝내는 순간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하느님의 안배가 아닐는지...".

그는 지금까지 세차례나 동유럽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성당들을 돌아보며 작품 구상을 했다. 장중하고 근엄한 종교적 분위기에 우리네 정서와 사고를 접목시키는데 주안점을 뒀다.

위쪽에 걸린 두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마주 서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비양심과 양심, 폭력과 평화의 상반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아래쪽에 걸린 두점은 예수의 수난 장면을 여섯개로 나눠 그렸다.

또 그는 14처(處·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부활하기까지 과정)를 주제로 30호 크기 14점을 그려 성당 좌·우벽에 걸었고, 신·구약 성서를 바탕으로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디자인했다. 국내에서 성당 전체를 화가의 작품으로 꾸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보수를 받고 이 일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신자로서 2년전 제자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 2억5천만원의 수익금을 마련, 성당 신축의 종잣돈으로 사용했고, 그후 작품제작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무척 영광스럽다"면서 "신앙심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화가로서 후세에 남길만한 괜찮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중 제자 2명과 함께 성당 외벽 아치에 5m 크기의 성화를 그릴 계획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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