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문화재 보호법 개정으로 3만㎡이상의 대형건설공사장의 문화재 지표조사가 의무화된 후 대형 택지개발업체나 아파트 건설업체들의 문화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법에서 정한 3만㎡ 이상 사업지구의 경우 마지못해 지표조사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행여 문화재 시굴이나 발굴로 이어질까 전전 긍긍하고 있는 것. 이같이 건설업체들이 지표조사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매장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시굴 조사후 본발굴 조사로 이어지면 발굴 조사 기간이 보통 4~5년씩 걸릴 수 있는데다 매장문화재의 보존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자칫 사업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
특히 아파트 건설업체의 경우 사전에 부지 매입비 등으로 수백억원을 투입한 상태에서 매장 문화재 출토로 분양이 지연될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은 물론 발굴기간의 관리비, 발굴 비용 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돼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례=경산 임당지구 발굴작업은 업계에서는 하나의 전설이다. 지난 85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86년12월 조성공사에 착수했던 임당지구는 공사시작 직후 문화재가 출토돼 이후 97년 10월까지 10년이 넘게 문화재 시굴 및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경산시 임당동, 조영동, 대동, 압량면 부적리 일원에 조성된 임당지구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후 준공까지 13년이 소요됐다.
과거 청동기~신라시대 유물이 발굴된 시지 택지개발지구도 발굴에만 92년4월부터 95년 3월까지 3년이 걸렸다. 올 연말 개장 예정이던 달성군 화원읍 달성 농수산물 물류센터 진·출입로 예정지에서도 지난 7월 5, 6세기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100여기가 드러나 진출입로를 변경하는 소동을 겪었으나 연말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달서구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인 A사의 경우 최근 지표조사에 들어가면서 문화재가 출토될까봐 전전반측하고 있다. 당초 올 봄에 분양 계획을 세웠던 이 회사는 이미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학교 부지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 가뜩이나 분양일정이 늦춰진 가운데 지표조사에서 행여 문화재가 나올까봐 걱정이 태산인 실정.
최근 한국토지공사가 시공을 맡은 경산시 옥곡동 서북택지개발지구에서 대규모 청동기 취락지가 발견돼 당초 내년 6월로 준공 일정을 잡은 토공측은 공기가 지연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토공은 현재 전체 조성면적 9만여평중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9천여평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공사를 우선 실시하고 있다.
토공은 또 칠곡군 왜관읍 금산리, 낙산리 일원에 22만평 규모의 왜관지방 산업2 단지 조성공사의 지표조사에서도 행여 문화재가 나올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설기관 입장=한국토지공사 김용암 용지부장은 "미리 문화재 출토가 예상되는 지역은 배제하고 공사구역을 정하지만 돌발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표조사에서 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계획대로 완공을 기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늘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죽곡 2지구 등 택지 조성을 준비중인 대구도시개발공사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
김찬수 기획팀장은 "사전 예비조사를 통해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큰 지역은 배제하지만 막상 공사에 들어가 문화재가 출토될까봐 솔직히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 건설업체 임원은 "공공기관은 오히려 덜한 편" 이라며 "자금력이 약한 민간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부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면 존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지표조사나 시·발굴조사는 피해가자는 것이 공통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굴기관 입장=영남문화재연구원 박승규실장은 "건설업체들은 입안 단계부터 문화재 발굴 등 가능성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에 임박해서 너무 급하게 서두른다"며 "문화재 조사를 건설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충분한 기간을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공이나 주공, 도개공 등 공공기관의 경우 사전에 개별로 지표조사를 한 후 택지지정을 하는 등 비교적 잘 대비하고 있는 편이나 주택건설업체들의 경우 분양에 임박해 편법으로 빠져나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실장은 "발굴기관과 발굴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발굴을 필요로 하는 공사장은 많아 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 보호법=정부는 지난 99년 대형 공사에 따른 문화재 파괴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문화재 보호법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3만㎡이상의 공사장에 대해서는 지표조사가 의무화 됐다. 또 사업면적이 3만㎡ 이하더라도 매장문화재가 포장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개발사업 인·허가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표조사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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