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구석자리에 앉아 잠든 것이 제가 저지른 유일한 잘못입니다. 그 대가로 2시간여 동안 차 안에 갇혀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대구에서 경주로 출퇴근하는 박모(45.대구 지산동)씨는 지난달 29일 퇴근 후 친구를 만나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밤 9시30분 경주를 출발해 밤 10시40분 대구 동부정류장에 도착하는 ㄱ여객 버스를 탔다.
박씨는 술을 마셨기 때문에 일부러 버스 뒷좌석(뒤에서 세번째)에 앉았으나 술 기운에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밤 11시쯤 깨어나 보니 주차된 버스에 혼자 갇혀 있었다는 것.
박씨는 한시간 동안 라이터를 켜 흔들며 '사람 살려'라고 외쳤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급기야 휴대전화로 밤 11시50분쯤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대구소방본부는 버스 주인 허락 없이 차 문을 뜯을 수 없으니 경찰에 연락하라고 했다. 결국 박씨는 10분 뒤 다시 112에 신고, 다음날 새벽 0시30분쯤 버스에 갇힌 지 2시간여만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박씨는 "승객들이 다 내렸는지 살피는 기본의무만 운전기사가 다 했어도, 또 같이 타고 있던 승객 10여명 중 한 사람만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웃 생각하는 마음이 실종되고 기본이 무시되는 사회를 밑바닥까지 다 본 것 같아 허탈하다"고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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