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한국문학인대회 유감

부산의 영화제, 광주의 미술제, 대구의 문학제(?). 국제영화제나 비엔날레의 성공으로 부산과 광주가 도시의 브랜드 네임을 높였듯이 대구도 문학제를 통해 세계 속의 문학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지역 문단의 일각에서 대구세계문학제를 준비하고 그 사전행사로 한국문학인대회 개최가 확정되면서부터 대구의 문단과 문인들은 일찌감치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나타낸바 있다.

행사를 준비해온 쪽에서는 "부산이나 광주가 그러한데 대구라고 못할게 뭐 있느냐"며 그럴듯한 국제행사 하나 없는 문학의 도시 대구에서의 세계문학제 개최는 정신적.물질적인 미래비전 제시를 위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문단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그같은 거창한 국제 문학행사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라며 애초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게다가 "그런 외형적인 행사가 문학의 본질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는 문인도 없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 지난 1일부터 3일간 대구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문학인대회는 열렸고 국내외 한국문학인 50여명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국제문학포럼 형식의 문학제는 일단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주최측은 "참여율이 완전히 예상을 뒤엎었으며 문학제 열기가 하루종일 지속됐다"며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본행사장은 물론 저녁 리셉션 자리에도 대구문단의 주류를 상징하는 대구문협 집행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총 회장이나 문단의 장르별 대표들의 모습은 더러 눈에 띄었으나 대구문단하면 떠오르는 비중있는 문인들의 빈자리가 적잖았다. 올 한국문학인대회는 그렇다치자세계문학제를 열기 위해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등을 포함한 해외 각국의 간판급 문호들을 초청해야 한다. 그에 따른 수십억원의 재원마련도 선결돼야 할 사안이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대구문단 내부의 불협화음 해소에 있는 것 같다.

이번 문학인대회를 통해 문단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주최측이나 자신들이 주도한 행사가 아니라고 해서 기왕에 열린 문학제를 끝내 외면한 문인들이나 모두 반성의 여지를 남겼다고 본다. 내년 세계문학제가 걱정스럽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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