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3者대결 하든지 그냥 포기하든지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의 집단탈당·후보단일화 문제에 재시동이 걸리면서 노무현 후보까지 국민경선이란 '조건부 단일화'를 제안, 정치판이 다시 북적거리고 있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3자의 지지율 판도가 2강1중에서 1강2중으로 굳어져가는 낌새를 보이자 '후단협'은 대선필패가 아니라 아예 다음의 '총선필패'를 예감했는지 삼삼오오 탈당을 결행하고 있다. 유권자는 안중(眼中)에도 없는 것이다.

위기를 감지한 노 후보는 재빨리 경선단일화란 응급처방을 냈고 정 후보측도 지지율 하락속에 날아든 이 '계륵'을 받아먹을지 말지를 고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3자대결을 하든지 미국의 대선후보들이 보여주듯 적당한 시점에서 그냥 포기하든지 둘중의 하나를 권하고자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명분도, 원칙도 없이 판세에 따라 춤추는 단일화는 정치의 바른 길이 아니다. 노 후보·정 후보 둘다 정치개혁과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었으면서 정책과 노선은 젖혀놓고 오로지 '이회창꺾기'에 명운을 걸겠다니 구태 답습, 자기모순도 유만부동이다. 노 후보는 어제 "원칙은 지켜야하고, 정책에 차이도 있으나… 이제 그 원칙을 국민에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창(反昌)에는 원칙도 뭐고 없다는 발상이다. 소위 국민통합21도 오로지 '단일화=정몽준'만을 쳐다본채 자신들의 정체성(正體性)제시는 여전히 뒷전이다.

결국 후단협과 노무현·정몽준의 3자 모두 '기회주의적'이란 비판을 면기 어렵다. 시쳇말로, 노름판에서 꾼들은 당연히 기회를 본다. 그러나 그 노름판에서도 두사람의 '끗발'을 합치자는 제안은 없다. 정치판에서 하도 신종고스톱을 만들어 내다보니 이런 '노정(盧鄭)고스톱'의 아이디어까지 백출하는진 모르나, 절대로 이건 아니다.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이념과 정책이 크게 다르다. 다르다면 정정당당히 맞붙어라. 당당하지 못하면 '다음'도 없다. 권영길·서상록·허경영 후보 등과 같은 군소후보들이 차라리 얼마나 떳떳한가, 본 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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