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不實 신협 정리, 피해 최소화를

문턱 낮은 서민금융기관의 대명사인 신용협동조합 상당수가 '신용'이 없어 시장에서 곧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신협중앙회 경영평가위원회가 퇴출 대상 115개 신협 명단을 통보해옴에 따라 이들 신협에 대해 4일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같은 대규모 신협 퇴출은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신협의 10%에 해당한다. 따라서 퇴출 신협에 예금한 약 50만명의 고객은 앞으로 2개월 가량 돈을 찾을 수 없고 금액도 5천만원까지만 보호받을 것으로 보여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강수(强手)를 둔 것은 신협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적자를 낸 조합은 522개로 전체의 42%를 차지했으며 4년연속 적자를 보인 조합도 148개에 달한다. 빈털터리 신협이 193개, 부분 자본잠식 신협만도 117개에 이른다. 따라서 부실 신협처리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들 퇴출 대상 신협들에 공적 자금 2조원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98년 이후 파산신협 예금대지급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실이 상존(常存)해 있음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가 아닌가. 사태를 이렇도록 방치한 감독기관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이번 조치는 발등의 불을 끈 셈에 불과하고 장차 2~3차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퇴출 대상을 들여다보면 직장신협 1~2곳을 제외하고 모두가 지역신협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만 신협 50여개가 포함됐다고 하니 '마구잡이식' 설립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신협은 지역·직업·종교 등 상호유대를 바탕으로 한 협동조직이자 비영리 금융기관으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돼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환부가 드러난 만큼 부실 경영진을 일벌백계로 다뤄 재발을 철저히 방지해야한다. 조합원들도 옥석을 구분하여 돈을 맡기는 지혜를 길러야만이 신협이 진정한 지역협동조직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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