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주민참여 문화예술

1일 오후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팔공1차보성타운앞 광장. 무척 쌀쌀한 날씨인데도 주민 10여명이 야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그곳에는 그림 사진 시화 서예 종이공예 꽃꽂이 등 100점 가까운 작품들이 다채롭게 전시돼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평소 취미삼아 만들어 온 작품과 인근 공산중학교 학생들의 협찬 작품이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음악회.축제 등을 개최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자발적으로 전시회를 여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웃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인지, 주민들의 호응도는 무척 높아 보였다.

전시준비를 맡은 여동길(66.계명대 명예교수)씨는 "주민들의 정서함양과 화목을 위해 각자의 솜씨를 뽐내고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종합전시회를 제안했다"면서 "사진 종이공예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수준높은 작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전시회를 기획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문화 저변이 점차 확장되면서 자신의 생활공간과 문화활동을 연결시키려는 풍토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 대학 도서관 백화점.유통업체 등의 평생교육원.문화센터에서 배출된 수강생들이 소규모 그룹활동을 벌이는 사례는 가끔 눈에 띄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집 인근의 동(洞)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풍토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1주일에 한차례씩 무료 강좌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강생들이 함께 모여 전시회를 열고 활발한 그룹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성구 자치센터 취미모임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수성구 중동자치센터의 '서예-한문반(회장 유우종)'.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중동자치센터에서 서예 한글, 꽃꽂이 작품과 함께 회원작품 전시회를 열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97년 서예가 하재홍씨를 강사로 초빙, 무료 강좌를 시작한 이래 5년만에 첫 그룹전을 가진 셈이다. 지금까지 29명의 회원중 10여명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특선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주부들의 사진모임인 시지사우회도 빠뜨릴 수 없다. 2년전 수성구 고산1동 자치센터의 사진 취미교실에서 만난 수강생들이 모임을 결성, 지금까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총무 이창득(39)씨는 "가사에 바쁜 주부들로 구성된 만큼 모임에서 빠지는 이들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의로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요즘에도 한달에 두차례씩 청도 고령 등에 출사를 나가고 있으며, 내년초쯤 일출(日出)사진을 중심으로 두번째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최윤호(57)중동동장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가벼운 기분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율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강좌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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