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지도부-탈당 반응 '어정쩡'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의원들의 집단탈당을 두고 당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탈당 의원들은 물론, 제명을 요구한 전국구 의원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4일 저녁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는 탈당사태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한화갑 대표는 "탈당에 이르게 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면서도 "그들이 주장해온 것처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유용태 사무총장과 이용희·김태랑 최고위원 등은 "그 사람들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나간 것" "우리도 책임이 있지만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며 오히려 탈당파 의원들을 변호하는 발언까지 했다.

또 탈당한 박상규 국회 산자위원장과 박종우 행자위원장 등 민주당 몫의 국회직 의원들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탈당파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교감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원내사령탑인 정균환 총무는 오는 8일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탈당을 예약한 최선영 의원을 국회 예산계수조정 소위 위원으로 남겨둬 "정 총무도 우리 사람"이라는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5일 오전 열린 중앙당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는 당 대표와 총무의 동반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 지도부 성토장이 됐다. 전날 최고위원회의가 잇단 탈당사태를 두고 무의미한 책임소재 공방만 벌인 탓이다.

이해찬 의원은 "전국구 의원들의 제명요구 행태는 '철새' 보다 더 부도덕하지만 최고위원들이 경고조차 없이 방조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특히 "15명이나 탈당한 사태에 대해 총무가 아무런 사과 표명조차 없다"며 "이는 당 지도부가 자기 위상을 망각한 꼴인 만큼 대표와 총무는 동반사퇴하라"고 흥분했다.

이재정·김희선 의원도 "민주당 덕에 상임위원장까지 한 이들을 두고 지도부가 방관하는 듯한 태도는 직무유기"라며 "당 운영과 질서부터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탈당회견에 참여한 전국구 의원 3명은 사실상 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선대본부장 이름으로 의원직 상실을 요구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정대철 선대위원장은 "어제 최고위원회 모임이 있다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해 어수선한 당 내 분위기를 방증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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