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는 4일 111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항목 조정에 본격착수했다.소위는 이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159조8천억원에 달하는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서도 심의를 시작했다.
이번 심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균형예산 편성을 존중, 정부가 편성한 규모를 유지키로 함에 따라 삭감규모를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간에 실랑이를 벌였던 예년과 달리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선을 의식, '선심성 예산'인 지역사업에 대한 증액방침을 내비친데다 민주당 소속 최선영 의원이 8일 이후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홍재형 위원장과 장성원 간사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일부에서는 '졸속심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 소위 회의장 주변에는 하루종일 각 부처 및 기관의 예산담당자들은 물론, 의원들이 지역구나 해당 상임위 예산을 챙기려고 몰려들어 소위 위원들에게 쉴틈없이 '로비'를 벌이는 모습이 되풀이됐다.
특히 홍재형 위원장의 책상 위에는 예산증액 또는 삭감반대 의견을 담은 '탄원서'가 50여건 이상 쌓였고, 회의장내에 있는 소위 위원들에게는 국회 직원을 통해 계속 '민원성 쪽지'가 전달됐다.
홍재형 위원장은 회의 시작 인사말에서 예결위 관련 언론보도 스크랩북을 가리킨 뒤 "예결산 심의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매우 비판적"이라며 "일정이 촉박하고 대선을 앞둔 특수상황이지만 허심탄회하게 당리당략을 떠나서 대국적 차원에서 예산심의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은 "정부는 어려운 가운데도 균형예산을 편성, 재정건전화를 높이고자 한다"며 "상임위에서 증액과 삭감이 있었으나 정부 원안대로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권기술 간사는 "정부안에서 1조5천억~2조원을 삭감하는 대신 이를 항만·도로와 같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나 농어촌 투자 지원, 장애인·노인 등 복지예산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 장성원 간사는 "균형예산의 규모를 맞추되 사회복지예산과 교육, 정보통신, 재난대책 사업비는 증액된 상임위안대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심의방향을 밝혔다.
이어 소위는 세법 관련법안의 개정으로 내년 예산안 중 세입이 증감되는 부분을 확정한 뒤 내년 예산안 세출부분에서 100억원 이상 대형사업 중 삭감 가능한 부분을 집중 심의했다.
예결위 관계자들은 "당초 양당은 정부안에서 1조5천억~2조원 규모를 삭감할 방침을 밝혔으나 대략 1조원 안팎을 삭감키로 의견접근을 봤다"며 "전체적인 예산규모는 정부안대로 111조7천억원 규모로 정해지되, 조정규모는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소위는 이날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개요설명, 예산안 심사원칙 설명, 교섭단체 의견제시 등 회의 일부만 공개하고 본격적인 심사내용은 비공개하며 제대로 된 속기록이 아닌 요지만 정리하겠다고 밝혀 방청하러온 시민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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