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인파산 신청·선고 급증

회사원 ㄱ(39)씨는 지난달 중순 '개인파산자'로 전락했다. 신용카드로 1천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게 불행의 씨앗. 원금을 몽땅 잃은 뒤 은행에서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했으나 이마저도 날렸다. 결국 6천만원이 넘는 빚을 졌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견디다 못해 지난 7월 신청했던 개인파산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

◇급증하는 개인파산 = 대구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자는 38명. 1998년 2명, 1999년 6명, 2000년 10명, 2001년 35명으로 계속 증가 중이다. 실제로 개인파산을 선고받은 사람도 2000년 1명, 2001년 11명, 2002년(9월말) 25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개인파산 선고자 중 빚 탕감을 동시에 요구하는 면책신청자 숫자도 2000년 1명, 2001년 4명, 2002년 19명으로 폭증했다. 면책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람도 2001년 2명에서 2002년 9명으로 대폭 늘었다.

개인파산 신청 폭주는 전국적 현상.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5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5건)보다 46%나 늘었다. 대구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카드빚을 돌려막다 못버티고 오는 사람들이 개인파산신청자 10명 중 7명 꼴"이라고 말했다.

◇특징과 문제점 = 개인파산 신청자는 대부분은 30~50대 가장 또는 주부들. 가정경제의 붕괴를 단적으로 증언하는 자료이다. 보증을 섰다가 덤터기 쓴 경우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증권 투자, 도박, 사치성 소비 등에 의한 파산신청자 역시 적잖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들의 얘기.

법원은 개인파산 선고자 중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빚까지 탕감해 주는 면책 결정을 해 주고 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카드빚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희생된 개인파산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면책까지 해주려고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면책을 무조건 다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개인파산 신청 자체도 모두 받아 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된 과정과 신청자의 재산 관계 등을 면밀히 따져 파산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 올 들어 9월 말까지 대구지법에 의해 기각된 개인파산 신청은 4건에 이르며, 신청자 스스로 취하한 경우도 6건이나 된다.법조계 관계자들은 "현행 개인파산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며, "개인파산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선진국처럼 개인채무정리법을 만들어 개인파산 절차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되나? = 개인파산(소비자 파산)은 채무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빠졌을 때 빚 정리를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제도이다.파산이 확정되면 본적지 시구읍면장에게 통지돼 파산선고 사실이 신원증명서에 기재되고 금융기관 거래와 취직 등 일상생활에서제한을 받게 된다. 또 공무원.변호사.사립학교교원.의사 등이 될 수 없다.

파산신청은 주소지 법원에 1천원어치의 수입인지와 약간의 송달료와 함께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파산신청의 궁극 목적인 채무로부터의 해방까지 보장 받으려면 법원으로부터 면책허가 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렇잖을 경우 빚은 탕감받지 못한채 법률상 자격만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면책신청은 파산선고를 한 법원에 하면 된다. 빚을 지게 된 과정에 도박 등 사행행위가 없어야 하고, 사치와 낭비로 인한 빚이 아니어야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직접 소비로 발생한 채무보다는 보증.연쇄도산 등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아니한 원인으로 빚을 못갚았거나, 채무 변제에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인정되면 면책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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