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후보에 바란다

'교육에 관해서는 공약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교육은 우리사회의 가장 복합적인 사회 문제이다. 이 때문인지 대선 후보들은 교육과 문화 분야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대체로 교육이 국가경쟁력의 가장 커다란 자원이라는 사실에는 의견이 일치하면서도 '교육 평등주의'에 관한 방향 설정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평등화 정책을 수정하고자 한다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평등화 기조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구체성을 결여한 이념적 논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체적 정책은 문제의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교육의 문제는 '학력 서열화', '중앙 집중화', '교육의 획일화'에 있다.

대학의 '이름'이 마치 대학의 교육 '내용'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고쳐지지 않는 한 교육이 서울로 집중되고 획일화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대학이 특정 분야에서 우수하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평등을 왜곡시킨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의 탈중심화이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교육과 문화의 중심을 지방분권을 통해 다극화하려면 탈중심화의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과 문화가 '특성화'되어야 한다. 대구라는 이름으로 대변될 수 있는 분야와 내용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 문화가 '분권화'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지역에서 배출된 인재가 지역에서 소화될 수 있는 산업구조를 전제한다. 셋째, 교육과 문화는 '다원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자체가 일정 정도 경쟁구도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이를 성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어떠한 것이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육'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업'으로 연결될 때에만 특성 있는 지역 '문화'가 발전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 기능이기는 하지만, 교육은 우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교육이 시대의 도전과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국가와 사회는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성화는 교육과 지역사회의 산업이 밀접하게 결합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의 특성화와 다원화를 가로막는 것은 바로 일자리의 서울 집중화이다. 이곳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지방분권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그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답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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