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김정길 법무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가장 큰 치적의 하나로 내세워온 마당에 공권력에 의한 고문치사 사건을 일선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만으로 끝낼 경우 국민의 납득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인권신장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가 "김 대통령은 일생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왔으며 현 정부의 제1 지향점이 민주주의와 인권국가"라며 "인권을 지켜야 할 검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고 우울할 뿐"이라고 말한 것은 김 대통령이 김 장관-이 총장의 동반퇴진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잘 말해주고 있다.
사실 청와대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김 장관과 이 총장의 문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김 대통령의 퇴임을 4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두 사람을 퇴진시킬 경우 검찰조직이 다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는 등 부담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김 장관의 경우 김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을 무릅쓰고 두번이나 법무장관에 기용할 만큼 신임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
그러나 고문치사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정치권에서도 인책요구가 나오는 등 상황은 청와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결국 인책쪽으로 방향이 굳어졌다. 여론에 밀려 경질하는 것 보다는 부담은 많지만 책임은 단호하게 묻는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태의 조기 수습을 가능케 할 것이란 판단이다.
문제는 후임자 물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의 임기를 얼마남겨 놓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법무장관의 인선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검찰총장의 경우 대선정국을 고려해 정치권의 거부감이 없는 인사여야 한다는 점도 후임 인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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