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 이야기-건강과 심성

요즘 난치병에 효과적이라는 광고에서부터 건강식품만 믿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언론 보도들이 넘쳐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지나쳐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기대가 맹목적이라면 오히려 무관심만 못할 수 있다.

사상의학을 주장한 이제마 선생은 개개인의 체질을 강조했다. 즉 건강식품보다 더 좋은 보약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고 이 보다 더 좋은 건강 처방은 바로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은 그게 체질이야. 원래 성격이 그래"라는 말을 하면서 사람의 성격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한다. 또 "마음을 곱게 쓰면 얼굴도 따라서 고와진다"라는 얘기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성격에 따라 생활습관, 음식에 대한 기호, 몸매 등이 좌우되며 질병도 각기 다르게 나타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들이 체질 판단의 기본 정보가 된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하고 판단력이 빠르지만 지구력이 약하고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 성격이 꼼꼼하고 침착한 편이지만 적극성이 다소 부족하고 평소 손발이 차며 소식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성격이 느긋하고 욕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내보이지 않으면서 땀을 잘 흘리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같은 구분에 따라 권하는 음식이 다르고 감기가 걸렸더라도 처방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건강식품도 자신의 체질에 맞아야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식품도 불필요한 음식이 될 수 있고 심지어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본성이 바로 체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건강의 관건은 원만한 심성에 달려 있는 셈이다.

가끔 친지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건강식품이 자신에게 맞는지", "시골에서 효험있다는 약초를 구했는데 무엇을 더 넣어 먹어야 좋은지"라는 질문을 받으면 곤혹스럽지만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김치가 아무리 좋아도 밥 없이 김치만 먹을 수 없듯이 건강식품이나 약초도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아서 먹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먹어두면 좋겠지 라는 생각은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체질의학을 생각하면 이제부터라도 건강식품을 찾는 노력으로 자신의 평소 성격을 관찰해 희(喜) 로(怒)애(哀) 락(樂) 중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지나친 감정을 자제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적당히 섭취한다면 질병을 예방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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