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메라 눈높이를 낮춘 프로그램들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특별해보인다. 예쁘고 멋진 배우와 가수들이 점령한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아서 화면 밖의 시청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평범한 서민들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가 몇 권의 책을 써내도 될 만큼 사연이 많고 구구절절하다. 이런 개인의 삶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일상의 결을 따라가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반갑다.

KBS1 '현장르포 제3지대'(화 밤12시), KBS2 '인간극장'(월~금 오후 8시50분), EBS 'TV전기문 나의 부모님'(월 오후 7시40분)은 카메라의눈높이를 낮춘 프로그램들이다.

'인간극장'은 일주일에 한 사람씩 초점을 맞추어 일상을 따라간다. 자폐아를 가진 가족, 통통한 것이 고민인 여자아이, 장애를 가진 아내와 건강한 남편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부대끼는 이야기 등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언제든 발견할 수 있을 법한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도 저렇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다큐멘터리지만 거리감이 없다. 카메라가 앞에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울고 웃는 모습을 담은 제작진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이금희의 내레이션은 정감을 더해 이들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데 한몫을 한다.

'현장르포 제3지대'도 이와 비슷하다. 특정한 집단이나 모임을 중심으로 그들의 활동을 따라가본다. 최초의 가출소녀 대안학교, 119 구조견,분교의 운동회 등 제목 그대로 자세히 찾아보기 전에는 발견하기 힘든 '제3지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EBS 'TV전기문 나의 부모님'은 위의 프로그램들과는 약간 다른 포맷을 가지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의 일생을 취재해 극으로 만드는 형식이다. 청소년들이부모의 삶을 취재해가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많이 담고 있다.

물론 부모의 옛 이야기는 전문 배우들이 재연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흘러간다. 평범해보이는 부모들의 삶에도 굽이굽이 사연이 많아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인간극장'의 경우 시청률 경쟁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타인의 일상 '훔쳐보기'를 넘어서서 내 이웃의 눈물과 웃음의 의미를 읽어내고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특별하고 빛나는 사람들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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