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 테마거리 조성사업 지중화 공사 현장에서 대구읍성 성벽돌이 발견됐다는 본보(10월24일자) 보도에 따라 공사가 전면 중단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구시는 그제야 중단된 공사구간에 문화재전문기관의 시굴조사를 의뢰, 그 결과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뒷북행정이다. 매장문화재가 발견된 공사 현장에서 대구시는 언제나 이랬다. 대구의 문화재에 웬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령시 거리가 도로를 중심으로 북측이 성내(城內) 남측이 성밖(城外)이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다.
약령시보존위원회가 지난해 여름 발간한 '대구약령시 한방문화 연구' 책자에 실린 대구성 지도는 바로 이곳이 과거 읍성의 남쪽 성벽이 있던 자리로,특히 지역 방위의 상징성과 중요한 건축 가치를 지닌 영남제일문이 근접해 있던 곳임을 적시하고 있다. 이 일대가 남성로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원 때문이다.
그런데 하마터면 지하에 남아있던 대구성의 흔적이 영영 사라질뻔 했다. 문화재 당국이 선조의 땀과 투쟁의 역사가 밴 대구읍성의 존재와 그 성의 남쪽 성벽이 위치했던 자리가 바로 약령시 공사 구간임을 몰랐을까.
1906, 1907년간 일제의 침탈로 외형적인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해서 귀중한 문화유산인 성벽의 기초부위가 지하에 남아있을 가능성 마저 무시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구문화재지키기시민모임은 아무런 사전 조사.확인 작업도 없이 굴착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폭거'로밖에 볼 수 없다고 흥분한다.
주보돈 경북대 박물관장(사학과)은 "성벽돌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충분한 약령시 일대에 대한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 지하를 파헤쳐, 남아있던 성벽돌이나 읍성의 기초부위 유구가 훼손됐을 우려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문화재전문가와 약령시보존위원회 일부 관계자는 이번 약령시 테마거리 조성사업과 관련, 지하의 성돌을 발굴해 대구읍성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연구가 박경용 박사(문화인류학)는 "성돌을 모아 약령시 일부 구간에 대구성 위를 걷는 이미지를 되살릴 수 있는 보도를 조성하는 것도 의미있는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 주위에는 대구성의 존재와 철거의 역사 그리고 남성로의 유래 등과 관련된 사료들을 전시한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거리문화시민연대는 "이번 공사로 흙더미와 함께 폐기처분된 성돌에 대한 재발굴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며, 대구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거나저지대에 매립된 성돌을 되찾기 위한 범시민운동을 제안했다.
대구의 역사와 정신을 상징했던 옛 성터에서 벌어진 문화재 훼손행위. 그리고 뒤늦은 시굴조사와 테마거리 조성사업에 시민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역사문화의 고장인 대구 시민들의 문화적인 자존심인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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