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역 우량신협 4곳

최근 부실신협 무더기 퇴출 여파로 신협들이 도매금으로 부실 금융기관 취급받는 감이 없지 않지만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한다"(One For All, All For One)는 모토에 충실한 우량신협도 많다. IMF 환란 위기 때 오히려 자산이 불어났으며 요즘에도 예금 인출을 거의 겪지 않는 대구지역 신협 가운데 4곳을 골라 소개한다(가나다 순). 이들 신협은 '기본'에 충실하고 조합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삼익신협

신협이 위기를 겪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사장의 전횡과 비리다. 삼익신협은 1978년 설립 당시부터 이사장 단임제를 실시, 일찌감치전문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조합원이 원하는 사업을 하면 성공한다'는 것이 조합운영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또한 금융업무와 문화 활동을 접목했다는 것이 이 신협의 특징.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이들에 대한 문화적 혜택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본점 건물 6개층 750평을 전혀 세놓지 않고 조합원 편의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본점 건물 3층에 있는 '달서구 문화의 집'은 삼익신협만의 자랑이다.신협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정부위탁 문화시설로 비디오감상실.도서관.인터넷 부스.문화관람실 등으로 꾸며져 있는데 매월 1천여명이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대비율이 78%로 전국 평균(50%)을 크게 웃돈다. 박종식(45) 전무는 "조합원의 예탁금은 조합원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운용처를 찾지 못하는 여유자산이 별로 없어 리스크도 적다"고 말했다.

◈신천신협

후발주자(94년 설립)임에도 불구하고 단시일에 자리를 잡은 신협으로 꼽힌다. 96년 이후 올해까지 매년 공제우수조합으로 선정됐다는 것은이 신협이 조합원들에게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환원한다는 신협 이념에 충실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신협 안에서 객장음악회를 열고 동구청 지정 여성풍물단을 운영하는 등 각종 문화예술활동을 활발하게 펴고 있다. 장기기증운동에도 참여해 현재 임직원과 조합원 등 50명이 장기기증서약을 맺었다.

조석조(53) 전무는 "상호부조라는 본연의 이념을 지키지 않고 돈놀이에 치중하다 보니 적지 않은 신협들이 위기를 맞았다"며 "후발신협 특성상 기본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운신협

대구 동구청 환경미화원의 상조회를 모태로 출범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지난 72년 설립 당시 출자금 1만2천원, 조합원 40명으로 출발했지만이제는 출자금 65억원, 자산 1천여억원, 조합원수 1만6천여명을 자랑하는 대구 최대신협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구약성서 구절(욥기 8장7절)을 연상케 한다.

이 신협 역시 설립 이념과 철학이 잘 지켜지고 있다. 직원들에게 전표를 대신 써달라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을 만큼 신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높다.신용대출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부실률이 낮다는 것도 이 조합의 특징. 9월말 현재 당기 순이익은 10억원 정도다.

김상수(47) 전무는 "20년전 연체 대출을 회수하겠다며 대출인 집에서 아이들의 책상까지 압류한 적이 있는데 두고두고 후회했다"며 "돈 보다는인간중심의 신협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신협

69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신협이다. 복지사업보다는 여수신 업무에 충실한데, 자체 이익적립금이 9억원에 이를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대출 담보물 평가를 시세가 아닌 경매예정가의 90%를 기준으로 하고 신용대출때는 보증인을 철저히 세우는 등 여신거래 기본에 충실해 부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매년 정기예금 수준의 배당을 조합원들에게 실시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경영참여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 특징. 총회가 열리는 날에는 500명의 조합원으로 칠곡신협은 북새통을 이룬다.

박정규(48) 전무는 "정실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따라 조합을 운영하다 보니 부실이 생기지 않았다"며 "조합원이 없는 신협은 의미가 없기에 조합원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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