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신호 3번 바뀌어도 제자리'

5일 오후 3시 전후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 일대는 무법천지였다. 이런 상황은 한 시간 이상 계속됐다.문제는 달구벌대로를 동쪽으로 달리는 차들이 오거리 건너편의 동아쇼핑 앞 구간 정체가 심한데도 신호가 바뀐 후에까지 오거리로 들어 선 것.

그 때문에 다음 신호를 받아 남문시장 쪽 인쇄골목에서 서성네거리로 향하려던 차들이 완전히 벽에 막혀버렸다. 이런 상황은 또 신호가 바뀌어 서성네거리쪽에서 남문시장 쪽으로 직진하거나 동아쇼핑 쪽으로 좌회전하는 차들이 출발할 때까지도 풀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오거리 중앙은 차들로 꽉 찼고, 남문시장 쪽에서 북상하던 차들은 거의 갇힌 상태가 됐다. 일부 차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도로로 마구 내달렸으며, 트럭들은 횡단보도 행인들까지 위협했다. 많은 차들이 경적을 계속 울려댔고, 배달용으로 보이는 오토바이는 그 속을 헤집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기도 했다.

택시기사 조원현(41·이천동)씨는 "신호 한 번이면 충분히 통과하는 곳을 신호가 세번 바뀌어도 꼼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승객에게 지름길이라며 이 길을 택했다가 면목 없게 됐다며 연신 사과했다.

10분째 인쇄골목 도로에 갇혀있다는 운전자 이종대(33·방촌동)씨는 "도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바로 옆에 있는 파출소 경찰관들은 내다보지조차 않는다"고 기막혀 했다. 2m도 안떨어진 파출소에선 이날 끝까지 아무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대신 나타난 것은 교통경찰관이었고, 오후 3시30분쯤에서야 현장에 도착한 그는 "다른 현장에 있다가 교통관제센터 연락을 받고 출동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정체는 민주노총 집회가 있은 데다 그 때문에 경찰이 신호를 조작해 악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내 곳곳에서는 이런 혼란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으며, 경찰의 수수방관도 마찬가지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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